출처=현대차 인도법인 공식 트위터 

[이코리아] 인도 시장에서 선전하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민감한 분쟁지 이슈에 엮이면서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일부 인도 누리꾼들은 연일 SNS 등에 현대·기아차 불매 운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인도 현지매체와 SNS 등에 따르면 일부 인도 누리꾼들이 트위터 등에 '#보이콧현대' ‘#보이콧기아모터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현대·기아차 불매 운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일 현대차의 파키스탄 파트너인 니샤트 그룹이 파키스탄의 국경일인 '카슈미르 연대의 날'을 맞아 현대파키스탄 공식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카슈미르 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는 SNS를 올리면서 파문이 불거졌다.

파키스탄은 매년 2월 5일 연합 영토의 분리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카슈미르 연대의 날'을 기념한다.

카슈미르는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종교에 따라 두 나라로 갈라질 때부터 분쟁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다른 인도 지역과 달리 카슈미르 주민 대부분은 무슬림이었지만 지배층은 힌두교를 믿은 탓이다.

두 나라는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그동안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른 후 LoC(Line of Control, 정전통제선)를 맞댄 채 각각 인도령 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일부 인도의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파키스탄을 지지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보이콧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다. 일부는 타타 자동차와 마힌드라&마힌드라 같은 국내 브랜드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면서 현대차 주문을 취소할 의사를 게시했다.

트렌즈24 인도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보이콧현대가 19만9000개의 트윗으로 인도 전체 트렌딩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보이콧 해시태그는 약 8시간 전부터 트렌딩됐으며, 6시간 이상 추세였다. 지금은 순위에서 내려온 상태다. 

출처=트렌즈24 인도
출처=트렌즈24 인도

한편, 현대차 인도법인(이하 현대차)은 8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비공식적인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인해 인도 국민이 받은 불쾌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을 유발한 게시물의 경우 현대차와 관련이 없는 파키스탄의 독립적인 대리점이 올린 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는 "어떤 지역에서도 정치적 또는 종교적 이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사업 방침"이라며 "파키스탄의 독립 대리점이 자신들의 계정을 통해 카슈미르와 연관된 비공인 글을 올린 것은 이 방침에 분명히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악용한 유통사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조치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면서 “우리의 자회사인 현대차 인도는 파키스탄의 유통업체와 관련이 없으며, 우리는 해당 대리점의 허가되지 않은 비사업 관련 소셜 미디어 활동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수십 년 동안 인도에 투자해 왔고 인도 고객들에게 강하게 헌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비공식적인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인해 인도 국민들에게 가해진 어떠한 공격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파키스탄에서 현대니샤트 등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공식 법인은 두고 있지 않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회사이며 인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수출업체 중 하나이다. 올 1월 4만4022대를 판매한 데 이어 2021년 인도에서는 전년 대비 19.2% 증가한 50만5033대를 판매했다.

이번 현대차 카슈미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둘러싼 논란은 이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민족주의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직면하는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과거에도 중국과의 국경 충돌 이후 2020년 중국 상품 불매운동을 주도했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해외 웹사이트에서 힌두교 신들의 얼굴과 다른 신성한 상징이 새겨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발견된 후 인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현지 언론은 스즈키, 이스주 등 파키스탄에서 영업 중인 다른 여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카슈미르 연대와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을 올렸지만 현대차만 공격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 매체 ACN은 8일 "중국, 영국, 일본의 차 딜러도 파키스탄에서 카슈미르의 날을 축하했는데 왜 현대차만 지목됐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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