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구조안전 자문단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구조안전 자문단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민연금공단이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로 비판을 받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첫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훼손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서한을 받은 기업은 삼성·LG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GS건설, 롯데쇼핑·하이마트, SK네트웍스 등 20여개로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형사 기소된 전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개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대주주, 경영진 등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해 이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소액주주는 비용 부담 등으로 나서기 어려운 만큼,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아파트 붕괴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6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현대산업개발 주식 4만7636주를 추가 취득해 총 769만2326주(11.67%)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현대산업개발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 주식은 18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3.11% 하락한 1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종가(2만5750원)에 비하면 1만150원(39.4%)이 하락한 것으로, 사고 발생 후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약 일주일만의 주가의 40%가 증발한 셈이다. 지난해 6월 9일 발생한 학동4구역 건물붕괴 참사 당시 주가인 3만1400원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으로, 최근 지분을 늘린 국민연금 또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됐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7일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경영진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 회장의 사퇴만으로는 사태를 마무리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정몽규 현산 회장이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이는 오히려 그동안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은 현산의 2대주주로서 학동 참사 이후 제대로 열리지 않아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현산 이사회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반복되는 오너리스크, 중대재해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국민연금도 큰 손해를 보는데, 주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기업에 수조원의 투자금만 제공하는 게 과연 국민연금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금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국민연금은 산업안전 및 건설품질 관리 전문가를 공익이사로 추천해 이사회가 현산 경영진의 고질적인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미흡을 체계적으로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표소송 뿐 아니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익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 및 이 사고와 연루된 문제 이사 해임요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월 기금위에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그동안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위원회로 이원화됐던 대표소송의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경영계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개정안이 예정대로 처리된다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릴 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 현대산업개발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1호’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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