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공룡은 멸종했다" 혁신 강조

사진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과 ESG 등 금융권 새해 화두를 제시했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임인년 새해를 맞아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새해 금융권의 화두를 제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디지털 전환’을 핵심과제로 지목했지만, 올해는 특히 ‘플랫폼’과 ‘ESG’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5대 금융, 빅테크 위기의식에 ‘플랫폼’ 강조

지난해 5대 금융지주 신년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키워드가 ‘디지털’이었다면, 올해는 여기에 ‘플랫폼’이 더해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No.1 금융플랫폼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금융에 있어 ‘KB에 가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 드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금융사의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넘어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다른 금융지주 신년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진 회의의 주요 아젠다들은 테크 기업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라며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5대 금융 신년사가 공통적으로 ‘플랫폼’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빅테크와의 경쟁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지주 수장들은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을 언급하면서, 금융업의 경계를 넘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의 위협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신년사에서 드러난 빅테크에 대한 위기의식은 비장하게 느껴질 정도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카카오페이·뱅크 등) 두 회사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IT에서 금융업으로 진출한 빅테크처럼, 금융사 또한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금융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라고 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또한 “금융산업은 금융업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 허용과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시대와 함께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올해 신년사에 등장한 금융 키워드는 'ESG'

지난해와 달리 올해 금융지주 신년사에 등장한 새로운 키워드는 ‘ESG’다. 실제 지난해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만이 간략하게 ESG 경영에 대해 언급했지만, 올해는 5대 금융 모두 ESG를 경영전략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한이 추구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며 “우리 산업의 성장과 함께 다음 세대에 더 건강한 삶을 남길 수 있도록 금융의 본업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호소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또한 “지난해 구축한 ESG 경영체계를 토대로 올해는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하고 경영전반에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확립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도 ESG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었다. 윤 회장은 “ESG도 이제 전략 수립 단계를 넘어 계열사별 실질적인 실행력을 높이는 단계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특히, 국가적 과제이기도 한 ‘저탄소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리딩금융그룹 KB가 솔선수범 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금융권에 이처럼 ESG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재무적 측면에서의 리스크 관리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나 성추행,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갑질 논란, 화석연료 사업 투자 등 금융권이 그동안 관리하는데 실패한 비재무적 리스크가 금융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고객들은 상품과 서비스로만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임직원들 또한 눈에 보이는 처우가 좋다고 해서 소속 회사에 대해 무조건 로얄티를 갖지는 않는다”며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소통과 공감이 바탕이 되는 신기업문화를 전그룹에 강력히 확산해야 하며, 고객들에게는 진정성 있는 PR과 소통으로 다가가 ‘우리’라는 브랜드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또한 “ESG경영으로 대변되는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를 좌우하게 되었다”며 “많은 이들이 우리의 글로벌 파트너가 되고 싶도록, 그룹이 가진 글로벌 인적/물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비은행, 비금융이 미래 금융 성장동력

한편 금융지주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특정 지주사만의 고유한 문제의식도 눈에 띄었다. 우선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한 만큼 새해에는 공격적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완전 민영화와 내부등급법 승인을 발판으로보다 적극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괄목할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증권 부문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는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낸 KB금융은 ‘비은행’을 넘어 ‘비금융’으로의 확장을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고객접점 확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진출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통신, 자동차, 부동산’ 등 4대 비금융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추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리브엠(통신), KB부동산, KB헬스케어, KB차차차(중고차) 등 비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며 사업영역 확장을 도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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