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G 주식형(위) 및 채권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설정액 및 수익률 변화 추이. 자료=ESG 포털
국내 ESG 주식형(위) 및 채권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설정액 및 수익률 변화 추이. 자료=ESG 포털

[이코리아] 지난 20일 문을 연 금융권 첫 공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플랫폼 ‘ESG 포털’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ESG 성적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출시된 ESG 관련 금융상품 현황과 수익률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ESG는 단순히 기업에 대한 윤리적 요구를 넘어, 비재무적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률은 높이기 위한 새로운 투자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 성장하는 ESG 펀드, 최근 수익률은?

ESG 포털에 따르면 ESG 펀드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초 1조1533억원 수준이었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설정액 규모는 21일 기준 3조9970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ESG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도 각각 1조6262억원, 2조2919억원으로 연초(각각 6556억원, 453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급증한 것. 

문제는 수익률이다. 5년 기준으로 보면 SRI와 ESG 주식형, 채권형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각각 53.09%, 58.25%, 10.57%(21일 기준)지만, 유입자금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올해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SRI –2.44%, ESG 주식형 –5.35%, ESG 채권형 0.18%였다. 채권형 펀드를 제외하면 오히려 투자했을 때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 무늬만 ESG? '그린워싱' 주의해야

최근 들어 ESG 펀드 수익률이 감소한 것은 ESG에 대한 관심이 식었거나, ESG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ESG 펀드의 종목 구성이 증시 흐름과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ESG 펀드과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비중이 높은 것은 대부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의 대기업이다. 

예를 들어, ‘ARIRANG ESG우수기업’ ETF의 경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기준 구성 비중이 30.04%로 가장 높다. 그 뒤는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의 순이다. 삼성SDI나 LG화학 등 2차전지 관련 우량주가 일부 포함됐을 뿐, ESG에 초점을 맞췄다고 포기에는 우량주 중심의 다른 ETF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ESG 지수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출시된 KRX 300 기후변화지수의 경우 저탄소 전환점수를 적용해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뛰어난 기업의 지수 편입 비중을 높였다. 하지만 종목 구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현대차, LG화학 등 우량주가 대거 포함돼있다. 

우량주 중심으로 구성된 ESG 펀드는 증시 움직임과 연동되기 때문에 최근 금리인상 및 코로나 5차 대유행의 영향으로 부진한 증시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우량주의 경우 변동폭이 작아 상대적으로 ESG 등급이 낮은 중소형주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 2위의 비중이 높다 보니, 최근 몇 달간 이어진 반도체주의 부진의 타격도 직접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ESG 역량 높은 종목, 회복도 빨라

물론 아직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ESG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ESG 관련 펀드나 지수가 대기업 위주로 종목이 구성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늬만 ESG’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내 ESG 펀드의 ESG 수준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ESG 펀드는 대형 혼합·성장주 위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의 평균적인 ESG 수준은 일반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표준화된 ESG 펀드 분류 체계나 공시지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상의 정보만으로 펀드의 ESG 수준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이는 자칫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하락장에서 ESG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됐다고 해서 ESG 역량과 수익률 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코로나19와 환경·사회책임 우수기업 주식의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3월 주가 급락기간 주식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환경·사회적 성과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주가 하락폭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3월 19일 이후 반등기에도 ESG 역량이 뛰어난 기업의 회복력이 더 빠르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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