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금융권 연말 인사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사태의 영향으로 인사 교체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CEO가 연임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 16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연임을 추천했다. KB금융지주 또한, 이날 열린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을 다시 추천했다. 

두 증권사 대표들이 연임에 성공한 배경에는 양호한 실적이 놓여있다. 실제 신한금투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보상금 829억원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3675억원으로 전년 동기(1846억원) 대비 99.1%나 증가했다. KB증권 또한 전년 동기(3385억원) 대비 60.5% 증가한 5433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신한금투와 KB증권이 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2.2%, 14.4%로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증권사의 호실적이 지주 전체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두 증권사 모두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결과적으로 실제 인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선 이영창 신한금투 사장의 경우 라임 사태 이후인 지난해 3월 취임한 데다, 어수선한 조직을 정비하고 사모펀드 보상 문제 등을 수습한 점을 인정받아 연임이 확실시됐다. 

반면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경우 라임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에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받은 상태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되기 때문에 연임 또한 불가능하다. 

하지만 징계를 확정해야 할 금융위원회가 결정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박 사장의 연임에도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달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KB증권과 신한금투, 대신증권의 징계 문제를 논의했으나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된 기관제재만 확정했을 뿐,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관련된 CEO 징계 문제는 결론을 미뤘다.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현 지배구조법에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정림 사장을 비롯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다른 증권사 CEO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로서도 추가적인 법리 검토 없이 징계를 확정하기 어려웠다는 것. 결국 제재 논의가 해를 넘기게 되면서 '사모펀드 리스크'가 사라지게 됐고, 실적 성장을 이끈 박정림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증권사 연말 인사가 ‘연임’ 소식과 함께 시작되면서 다른 증권사 CEO들의 연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변화를 위한 인사 교체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금융지주는 17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사모펀드 사태로 내홍을 겪었으나, 지난 6월 손실액 100% 보상이라는 통 큰 결정을 발표하면서 비판여론을 단번에 잠재웠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경우, 옵티머스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라 연임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금감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불수용했으나, 이는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위한 것일 뿐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액 보상을 결정한 바 있다. 설령 내년 금융위에서 징계 논의가 속도를 낸다고 해도 피해구제 노력을 감안해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이 증권사 자체 역량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역대급 유동성 장세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이 무난하게 연임을 확정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