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정체된 보험업계에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1일 손해보험사 출범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예비허가를 받은 뒤 6개월 만이다. 

대형 플랫폼을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의 손해보험사 출범 소식에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3분기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2044만명, 누적 가입자 37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망은 기존 보험사에 비해 약해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하기 때문에 그동안 확보해둔 이용자층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MZ세대를 대상으로 고객 수요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경험이 있는 데다 카카오톡,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등 다른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만큼, 기존 손보사들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7월 발간한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대와 과제’ 보고서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있어 경쟁력은 금융서비스와 비금융 주력서비스의 상호보완성으로 인한 범위·규모의 경제에서 나온다”며 “새로운 사업모형을 가진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입은 다양한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 기업 간 협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등 보험산업 내 경쟁 강화를 통해 보험시장 혁신을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와 기술적 역량을 통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시장 경쟁을 통해 기존 손보사들의 디지털 전환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것.

기존 손보사 입장에서도 카카오페이와의 경쟁이 ‘제로섬’이 아닌 ‘윈-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발표한 ‘디지털보험사, 태풍인가 미풍인가’ 보고서에서 “디지털 전환에 뒤쳐지는 보험사의 경우에는 사업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디지털 보험사가 미니보험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기존 보험사에게도 새로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이 처음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빅테크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의 경우 권리와 책임 소재가 복잡해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소비자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디지털금융에 취약한 계층이 소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의 경쟁 심화가 ‘윈-윈’이 아닌 ‘루즈-루즈’의 구도를 띠게 될 위험도 있다. 보험연구원은 “빅테크와의 경쟁으로 수익기반이 약화된 기존 보험회사들은 낮아진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할 수 있다”며 “다수의 보험회사가 소수의 빅테크에게 아웃소싱을 하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집중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카카오페이와 같은 디지털보험사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가격 경쟁력으로 직접 승부하는 전략을 택할 경우, “보험업권 전반적으로 신규 경쟁자 등장에 따른 경쟁도 심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으로 사업위험이 과거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상 본인가 신청 후 약 1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은 이르면 내년 초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가 정체된 보험업계에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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