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반도체주(삼성전자, SK하이닉스) 8~9월 순매수 추이.(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외국인 투자자 반도체주(삼성전자, SK하이닉스) 8~9월 순매수 추이.(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중국 헝다그룹 이슈 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위주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24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1조4361억원(코스피 1조3772억원, 코스닥 59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만 보면, 지난 13일 이후 7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이 마지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월 국내 상장주식 6720억원을 순매수한 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5월에는 10조1670억원의 주식을 매도하는 등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 거래대금만 20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4월까지만해도 30%를 넘어섰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달 28.2%까지 감소했다. 만약 외국인이 이달 남은 기간 매수세를 유지한다면, 5개월 만에 월간 순매수로 전환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이슈 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회귀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이슈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음은 헝다발 신용리스크가 아시아 주변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헝다그룹의 과도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역외부채(달러채권) 규모는 물론 역내채권 부채규모가 크지 않아 리먼 사태와 달리 전염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 이슈는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며 “미국은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온 이유가 좀 더 분명해진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1조3808억원)와 SK하이닉스(4174억원) 등 반도체주였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외국인은 두 종목을 각각 6조4696억원, 1조5426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은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반토막내는 등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던 시기였다. 코스피 대장주로 불리는 두 반도체주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하면서 코스피 또한 3060까지 하락했다. 올해 초 ‘10만 전자’를 넘봤던 삼성전자 주가도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의 근거였던 디램(DRAM) 가격 하락세가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투심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디램 현물가 하락 기울기가 다소 둔화되고 있고, 심지어 DXI(디램 가격 지수)가 소폭이지만 반등했다”며 “디램 가격 약세는 이제 컨센서스로 자리 잡았다. 주가에 이미 반영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메모리 다운턴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폭과 깊이는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주가는 연초부터 이미 시장을 하회해왔다”며 “삼성전자는 시총 3000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초우량 기업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덜 오른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부품) 및 완제품(세트) 사업을 동시에 영위해 하이브리드 성격을 지닌다는 점, 영업이익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반도체 사업 부문 실적이 가장 중요한데,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 가시성이 양호해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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