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방식에 대한 항의로 26일 강행된 울산 지역 순회경선에 불참한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후보 등 이른바 비(非)문재인 주자들의 반발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울산 경선에서 전날에 이어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초반에 대세론을 굳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비문재인 후보들 경선 보이콧에 따른 파장이 증폭되면서 대세론이 빛이 바랬다.

 비문 후보들은 특히 27일 청주 MBC에서 예정된 TV정책토론회에 불참하는데 이어 이후 다른 경선 일정도 보이콧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어 자칫 경선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주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 방식을 둘러싸고 촉발된 비문 주자들의 불만이 26일 울산 경선에서도 당 지도부가 내놓은 해법을 거부하면서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문 3인 주자들은 이날 오후 2시간여 지연된 끝에 강행된 울산 경선에 모두 불참한데 이어, 당 선관위 재구성을 공동으로 요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비문측 세 후보는 25일 제주 경선 후 모바일 투표 방식에서 1~3번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가 4번 문재인 후보까지 모두 안내 음성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으면 자동으로 무효 처리되도록 한 데 대해 반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선을 계속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같은 반발에 당 선관위가 제주·울산 모바일 선거인단 투표의 재검표 후 문제가 나오면 재투표, 모바일 상에서의 기호 안내를 로테이션 방식으로 순환하는 안 등을 내놨지만 비문측 주자들은 결국 경선 불참을 선언, 울산 경선은 파행 속에 진행됐다.

 세 후보의 불참으로 합동연설회가 취소됐지만, 당 선관위는 이날 울산지역 대의원 투표와 경선 개표 및 투표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세 비문 주자들은 27일 청주MBC에서 예정된 충청지역 정책토론회에도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두관 후보가 오후 급히 상경해 캠프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문 주자들은 향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김두관 후보 측 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두 시간 가량의 회의 직후 뉴스1 기자와 만나 "공정경선이 보장되지 않으면 내일 토론회를 비롯해 앞으로의 경선 일정도 참여하기 어렵다"며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의 입장도 올곧게 반영하지 못하는,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선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들이 집단 행동을 보이며 경선 파행을 이어가면서 초반 압도적 2연승을 올린 문재인 후보의 승리도 '반쪽짜리'에 그치게 됐다. 문 후보는 이날 울산 경선에서도 과반 득표를 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승리 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의 이번 경선 승리의 의미는 적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문 후보는 제주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압승을 거뒀고 울산에서도 승리를 기대했던 경남지사 출신 김두관 후보를 과반 득표로 누름으로써 초반 승기를 확실히 잡으며 강력한 컨벤션 효과(정치이벤트 뒤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같은 경남권 맹주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김두관 후보에게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 후보는 앞서 남해향우회 등 지역 조직에서의 우세를 등에 업고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이번 승리의 의미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의 초반 2연전 승리로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투표 방식을 두고 빚어진 비(非)문재인 주자측의 반발은 민주당 경선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들의 경선 불참 선언을 연상케 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순항할 조짐을 보이던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26일 현재 87만여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한 민주당 경선에서는 선거인단 규모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듯 하다가 점차 모집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흥행 기대를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경선 파행 등 흥행 악재가 연이어 이어질 경우 국민들의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지며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 후보측 핵심관계자는 "월요일자 신문에 '문재인 대세론'이 쫙 깔리는 것보다는 경선 파행쪽이 훨씬 낫다"고 했고, 비문 주자측은 이미 끝난 투표도 "다 엎고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권자의 진정한 선택에 대한 존중 보다는 경선에서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듯한 이같은 태도로 인해 지역경선이 시작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에게만 좋은 일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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