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서울대 교수"쿠바는 감염병 강국, 한국도 바이러스 투자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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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로나19 백신 접종받는 시민, 뉴시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국내 누리꾼들은 "쿠바보다 경제력이 크고 의료산업이 발달한 한국은 왜 백신 개발을 못하고 있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바는 되고 한국은 답보 상태인 이유는 무엇일까. 

쿠바 국영 제약사 비오쿠바파르마는 트위터에 백신 후보 ‘압달라’가 3상 임상 시험에서 3회 접종 시에 92.28%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수치가 감염예방 효과인지 중증도나 사망예방효과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예방효과 50%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 당국은 지난 19일 3회 접종이 필요한 또 다른 자체 개발 백신 소베라나02의 경우 2회 접종만으로도 62%의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 아니다. 이란과 쿠바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변이에 효과를 보였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ㆍ파르스 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하기도 했다. 

쿠바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금수조치로 의약품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자 1980년대부터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개발과 생산 역량을 키웠다. 현재 국가 예방접종에 필요한 백신의 80%도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지난 40여 년 간 쌓아온 자체 의약품 개발 역량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GDP 세계 순위가 12위에 이르고, G7정상회의에 초청국 지위로 초대까지 받은 한국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할까.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 국산 코로나 백신을 개발중인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등 5곳이다. 모두 하반기부터는 임상 3상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미 3상 시험을 진행한 쿠바보다 개발 단계가 뒤처지고 있다.

<이코리아>는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에게 한국의 백신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안광석 교수는 먼저 백신 개발 경험의 부족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안 교수는 “백신을 한 번도 성공해서 개발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백신 개발이 늦는 이유다. (백신 개발을) 성공해서 경험이 쌓이면 이미 한 번 해본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텐데 그런 경험이 없다. 우리는 한 번도 임상 3상을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바이러스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없었다. 백신 개발 비용이 최소한 수천억 원이 드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수천억 원을 감당할 제약사가 없다. 이번에 미국이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은 조건 없이 미국 정부에서 8개 제약사에 13조 원을 풀었기 때문이다. 즉 실패해도 좋으니 개발에 사용하라고 하니 회사로서는 마음을 놓고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기초 과학과 바이러스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부족한 점도 백신 개발이 더딘 또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기초과학 지식이 너무 없다. mRNA백신을 외국에서 실험을 한 것이 30년이 넘었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 있다보니 (코로나 사태에) 빛을 바로 본 거다. 그런데 한국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과학 예산이 꽤 많은데, 바이러스에 대한 투자는 거의 안 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과학자도 없고 기초개발 실력이 없게 됐다. 이번에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에 코로나 같은 팬데믹이 와도 또 뒤처질 거라고 본다. 기초과학은 1,2년 돈 투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초과학과 바이러스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경제는 10위권이 맞고 전자 분야도 세계적인 강국이 맞는데 감염병 분야는 순위를 따진다면 세계 60위 안에도 못 든다. 쿠바의 경우 다른 분야는 약하지만 감염병 분야는 강국이다”이라며 "팬데믹은 끝나도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변이 바이러스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을 해외에 의존하는 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어도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교수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3상 시험이 끝나도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투자를 높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은 팬데믹을 전시상황이라고 보고 대응을 하고 있다. 병이 발생하지 않아도 계속 예산을 투입해서 연구력을 갖춰 놓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팬데믹이 끝나면 또 다시 (바이러스의 위험을) 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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