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민원 제기돼 작가에게 수정 요청하겠다"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5페이지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5페이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국정교과서에 알몸을 연상시키는 삽화가 들어 있어  아동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삽화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교과서에 사용되고 있고, 교과서의 내용을 반영해 만든 시중 문제집들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교육당국이 검증 단계에서 문제를 깨닫지 못해 3년간 계속 사용돼온 것이다. 

교육부에서 허가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국어활동 교과서에는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며 경험을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봅시다’라는 소단원 아래 ‘나는야 우리말 탐정!’이라는 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해당 만화는 사람들이 줄임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까닭을 선생과 학생 사이에 벌어지는 일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해당 만화에 사용된 삽화 중 일부 캐릭터의 몸 전체가 살구색으로만 채색돼 있어 알몸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만화 내용 중 대부분의 장면에서 교사는 녹색 상의를, 학생들은 일반 옷차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교과서 55페이지의 ‘교사가 아이들에게 살금살금 다가가는 장면’에서 학생과 교사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몸은 옷 없이 살구색으로만 채색돼 있다. 살구색으로만 채색된 캐릭터는 같은 55페이지에서 옷을 입고 있는 학생 두 명, 교사 한명과 동일인이다. 해당 삽화가 알몸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유다. 해당 장면에서만 캐릭터가 살구색으로 채색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6페이지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6페이지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7페이지
사진=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 57페이지

같은 문제는 동일 교재의 56페이지에서도 이어진다. 56페이지 하단에서 교사와 어머니로 추정되는 인물 사이에 등장하는 두 명의 아동 캐릭터 역시 온 몸이 살구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반면 같은 페이지 상단의 삽화들에는 그와 똑같은 두 명의 아동 캐릭터가 각각 연보라색과 노란색의 상의를 입고 있다.

알몸을 연상시키는 삽화는 57페이지에도 등장한다. 교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옷을 입고 있는 반면 2명의 아동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옷을 안 입은 캐릭터가 있는 만화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당시 집필진이 말줄임을 사용해 말을 못 알아 듣는 언어 훼손 문제를 우려해 이 제재가 선택됐다. 이 애니매이션으로 아이들에게 (내용을) 흥미있게 가르칠 수 있겠다고 집필진이 고려하셔서 이 만화를 선택하신 것이다.” 라고 답했다.

이어 “채색이 안 된 이유는 작가님께 여쭤봐야 한다. 당시 15년도에 집필진이 처음 구성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채색이 별도로 안 된 것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으셨던 것 같다. 생략화 기법으로 좀 만화를 재미있게 그렸나보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지 않으셨을까 추측이 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법에는 동일성유지의 원칙이 있어 원작을 그대로 실었고, 2015년 교과서가 개발되기 시작한 이후 2017년도에 현장적합성 검수와 심의위원 검수를 받는 등 심의를 꽤 까다롭게 했다고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해당 삽화가 알몸처럼 보인다는 우려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삽화가 알몸으로 보이느냐고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알몸으로 보인다 안 보인다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저희는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제재를 선택했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요즘 ‘놓지마 정신줄’이라는 만화를 보면 거의 이런 식으로 그린다”고 말 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알몸으로 보일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가 됐기 때문에 집필진이 그 부분에 대해서 고려를 하고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하겠다”라고 답했다. 

사진=시중 교재에서 그대로 쓰인 삽화들
사진=시중 교재에서 그대로 쓰인 삽화들

하지만 해당 삽화를 수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번 사안이 교과서만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 실제 교과서 내용이 시중 교재와 연계되어 있어 시중교재에서도 문제의 삽화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 

서점에서 초등 3학년 1학기 시중 교재 5종(초등완자-비상교육, 한끝-비상교육, 국어리더-천재교육, 우등생 해법국어-천재교육, 우공비-좋은책 신사고)을 임의로 골라 확인한 결과, 국정교과서인 국어활동 교과서에 쓰인 삽화가 해당 단원 내용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다만 비상교육의 초등국어 3학년 1학기 한끝 교재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살금살금 다가가는 장면’은 별도로 편집해 교재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비상교육 관계자는 “해당 교재의 지면 분량 때문에 저작권자와의 계약을 통해 전체 17컷 중 맥락에 필요한 15컷만 사용했다”면서 “원청 콘텐츠가 국정교과서라서 교과서에 기반해 삽화를 싣게 된 것이다. 알몸 삽화여서 삭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코리아>는 2014년 원작을 실은 보리출판사에 해당 삽화가 실린 경위를 묻기 위해 수 차례 문의를 했으나 “출판사로서 대답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죄송하다”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삽화를 그린 작가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자 했으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연락이 어렵다"는 입장만 출판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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