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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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한진칼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공식 해체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향후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사모펀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은 1년 2개월간 맺어온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상호 간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분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공동보유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공식 종료되면서 한진칼 주가도 급락하는 분위기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2일 5만7400원에서 5일 5만2900원으로 7.8%나 하락했다. 6일은 장중 4만94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으나 소폭 반등해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4.2% 하락한 5만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2만원대에서 거래되던 한진칼은 조 회장과 3자연합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4월 한때 1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상승 동력이 사라진 데다, 3자연합이 보유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개인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조 회장 일가의 다음 세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까지 ‘존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투자자들이 자조적인 농담을 나눌 정도다. 

현재 3자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그레이스홀딩스 및 특별관계자 17.54%, 대호개발 및 특별관계자(한영·반도개발) 17.15%, 조 전 부사장 5.71% 등 총 40.4%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지분을 처분한다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일 “3자 연합의 지분 공동 보유 계약 해지에 따라 KCGI, 반도건설, 조현아의 특수관계인 해제가 공시됐다”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향후 3자 연합 주체 중 하나라도 주식을 매각한다면, 오버행(주식시장에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과잉물량)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들이 조기에 지분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동보유계약의 기한이 만료된 것일 뿐, 3자연합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해 계약을 중도해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 게다가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된 상황에서 급하게 지분을 처분할 경우 오히려 수익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들이 주식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54%(1162만190주)의 매입단가는 3만원대로 추정된다. 현재가(5만700원)와 비교하면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둔 셈이지만, 10만원대를 넘어섰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수익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항공업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3자연합 구성원들이 당분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3자연합 구성원들의 사정이 서로 다른 만큼 예상 밖의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자금을 댄 LP(유한책임사원)의 회수 압박이 예상되는 KCGI와, 3남매 중 유일하게 직책이 없는 상황에서 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분 매각 타이밍을 재고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만약 3자연합 간의 사이가 소원해질 경우 엑시트 시점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KCGI는 지난 2일 입장자료를 내고 “앞으로도 한진그룹의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필요시 언제든 경영진에 채찍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해체된 3자연합의 보유지분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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