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로 불렸던 엔씨소프트가 각종 악재에 직면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분위기다.

31일 낮 12시 현재 엔씨소프트는 전일 대비 3.08% 오른 8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까지 계속된 하락세가 소폭 회복되는 모양새지만, 지난달 8일 기록한 전고점(104만8000원)에 비하면 17%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놓여 있다. 우선 최근 들어 기술주 조정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규제 법안이 속속 발의되면서 게임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엔씨소프트의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리니지2M’의 일본 흥행이 불발된 데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이던 ‘트릭스터M’ 또한 상반기 중으로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M’이 운영 문제로 유저의 불만을 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리니지M’의 ‘문양시스템’ 과금 요소를 하향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했는데, 업데이트 전 고액을 써 문양을 완성한 유저들의 항의로 지난달 클라이언트를 업데이트 이전 시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이 기간 문양시스템에 과금한 유저들에게 게임 내 재화로 환불해주는 정책을 실시했고, 현금 환불을 요구한 유저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불매운동까지 확산됐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기술주 조정세의 영향을 같이 받는데도 유독 게임업계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엔씨소프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실제 이달 들어 3N 중 주가가 하락한 곳은 엔씨소프트 뿐이다. 넷마블은 30일 종가 기준 약 3% 가량 상승했으며,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도 이달 초에 비해 주가가 약 6% 가량 올랐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이달 들어 주가가 11%나 내려앉으며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소비자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사태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촉발한 넥슨의 경우 최근 국내 최초로 유료 강화/합성 아이템 확률을 전면 공개하고 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또한 사내 공지문을 통해 “이용자들이 넥슨과 넥슨 게임을 대하는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데, 저부터가 이와 같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반성한다”며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몫”이라고 사과했다. 

엔씨소프트 또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니지M 유저가 환불을 요구하며 엔씨소프트 본사에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다가 제대로 된 응답을 받지 못하자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는 사태까지 벌어져 여론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후 추가 보상안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고과금 유저에게마저 형식적인 대응 일변도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증권가도 엔씨소프트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12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호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불매운동으로 리니지M의 매출 레벨이 과거 대비 크게 달라진다면 이는 주가 하단부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현재 20억 초반인 리니지M의 일평균 매출액이 15억원 수준까지(기존 대비 -25% 수준) 하락할 경우 PER 20배 기준 주가 하단은 70만원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도 목표 주가를 105만원으로 하향하며 “올해 엔씨소프트의 가장 중요한 신작인 블소 2 출시를 앞두고 실적, 게임 운영 측면에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문양시스템 과금 유저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현재 불매 운동, 트럭 시위 등 일부 유저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넥슨, 넷마블 등 대형사의 게임 운영에 대한 유저 여론이 악화되며 규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저 충성도와 단기 투자 심리에 영향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의 조정세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이 종전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본사 전직원 보너스 등 일회성 인건비에 기인할 뿐이다. 연봉 인상에 따른 가치하락 요인도 제한적”이라며 “리니지2M 일본/대만 초기 성과는 예상에 부합할 뿐 실망할 내용도 아닌데 그에 따른 실망감으로 주가는 급락했다. 과도한 조정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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