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재발 막으려면 지주사 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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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재발 막으려면 지주사 책임 강화해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3.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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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책임 강화 모색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1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책임 강화 모색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지난해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부실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 등을 상대로 제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을 지배하는 지주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 환매중단으로 피해를 초래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주사가 제재대상에 포함된 경우는 드물다.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게 라임 펀드와 관련해 제재심을 앞두고 있는 정도다. 신한은행은 ‘복합점포’를 통해 고객에게 신한금융투자 직원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했는데, 두 개의 자회사가 연결된 만큼 신한금융지주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지주사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는 지주 경영진으로서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행장’ 재임 시절 문제가 된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유일하게 펀드 사태와 관련해 ‘주의적 경고’를 통보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금융사 취업 제한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부터 적용되는 만큼, 주의적 경고가 확정되더라도 조 회장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은행, 증권사 등 개별 판매사들은 대부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징계를 받았거나 제재가 논의 중이지만, 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계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모펀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지주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1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사모펀드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책임 강화 모색 토론회’에서 “금융지주사의 권한은 포괄적인 반면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제재는 미비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가 대통령령이 정한 업무 외에는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정해진 업무 범위 외에도 자회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영리 목적의 개입이라 해도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부수 업무로 치부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지주사가 자회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도 불투명하다며 이 때문에 “지주회사 CEO가 비공식적인 절차와 지배권 행사를 통해 자회사 의사결정과 사업집행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법적으로 은행은 금융지주회사와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에 자회사인 은행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모두 은행의 대표이사가 지게 된다”며 지주사 책임을 명확히 따지기 위해서는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참여 절차와 과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사 산하 라임 펀드 판매사별 개인, 법인 투자자 현황.(2019년 말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정의연대
4대 금융지주사 산하 라임 펀드 판매사별 개인, 법인 투자자 현황.(2019년 말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정의연대

김 대표에 이어 발제를 맡은 권호현 변호사는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및 6대 은행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평균 67.3%, 이사회 및 위원회 참석률은 96.7%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외이사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 2017~2019년 6대 은행 이사회 및 위원회 결의 안건(3273건) 중 97.2%(3180건)가 사소한 반대도 없이 원안 그대로 가결됐으며, 이 중 반대의견이 제기된 것은 겨우 4건(0.12%)에 불과했다. 

권 변호사는 “이러한 분석결과는 6대 은행 등 이사회 및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사외이사들이 지주사 회장, 은행장 등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며 “이는 금융회사가 수익성만을 추구하다가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결과로 나타난 최근의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사태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주사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익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사외이사 선임 시 금융지주회사 회장, 은행장 등 기존 경영진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근로자위원 대표 내지 노동조합이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 1인을 반드시 선임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또한 근로자위원대표 내지 노동조합 추천 위원 1인이 감사위원으로 필요적으로 선임되도록 하는 방안 또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회사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지주회사 경영진들은 사모펀드 사태를 외면한 채 장기연임을 하는 등 책임으로 부터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진들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DLF, 라임사태와 유사한 금융피해사례가 잇달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포괄적 권한에 비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제재는 미비하며, 금융 소비자 보호에 있어서도 매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다”며 “이제는 금융지주회사가 행사하는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금융지주회사의 내부 통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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