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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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1촌해요" "퍼가요~♡"

'그 시절 감성'이 귀환을 알렸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미미하다. 

싸이월드를 운영할 신설법인‘싸이월드Z’는 올 5월 모바일과 웹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홈피로 1인1주택을 짓고 하루의 기분을 배경음악으로 알리던 2000년대 초. 서로를 1촌으로 엮어주던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싸이월드Z’는 "사진 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 3000만개, 동영상 1억 5000만개 등 국민 절반이 넘는 3200만명 회원의 추억들이 봉인돼 있던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된다"며 '국민 메신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재도 유튜브엔 '추억의 싸이월드 감성곡'이라는 주제로 대중가요 스트리밍 영상이 조회수 380만회를 넘어섰고, 그 시절 유행했던 인기글과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자주 소환됐다. 그만큼 싸이월드에 대한 회원들의 그리움이 크다는 것. 거기에 '뉴트로 열풍'까지 불면서 싸이월드가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기존 SNS시장을 뒤집을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소비 양상이 대거 PC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간 것이 싸이월드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제대로 세워졌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000년대 초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유행하던 사진과 글.
2000년대 초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유행하던 사진과 글.

'쪽지'로 소통하던 싸이월드의 자리는 4800만 이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에 내어줬다. 이미 카카토톡이 문자메시지를 대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부한 감수성을 자랑하던 '싸이감성'은 세련되고 심플한 '인스타 감성(인스타그램 감성)으로 대체됐고, 바이럴 등 광고시장도 인스타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노래'로 감정과 상태를 표현하던 특수성도 이젠 더 이상 '특수'하지 않다. 대부분의 메신저에 배경음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심지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시작을 알리며 '클럽하우스'가 등장한 때문이다.

기존 싸이월드 이용자들에게도 싸이월드 부활은 물음표다.

누리꾼들은 "갑자기 사라진 내 추억의 사진들을 다시 보고싶은 마음은 있다"면서도 "이미 다른 것들이 자리를 잡아서 굳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싸이월드가 부활하면 초반에만 급격하게 접속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흑역사(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가 담긴 사진이나 글들을 삭제하기 위해 접속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돌아온 싸이월드를 반기기도 했다. "내 20대가 녹아있는 싸이월드가 화려하게 부활했으면 좋겠다"며 "의리로라도 꼭 쓰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IT업계는 "싸이월드의 성공적인 부활을 위해선 싸이월드 이용 세대와 현재 SNS를 이용하는 세대의 차이를 싸이월드가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은 30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는 '릴스'를 내세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며 "싸이월드도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서비스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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