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2일 오전 리플 가격 변동 추이. 자료=빗썸
1일 오후~2일 오전 리플 가격 변동 추이. 자료=빗썸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암호화폐 리플이 하룻밤 만에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갑작스러운 급락장에 거래량이 폭증하자 일부 거래소에서는 접속장애마저 발생해, 투자자들은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때 1개당 825.6원까지 올랐던 리플은 밤새 급락해 2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385.4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암호화폐가 아닌 증권으로 해석해 리플 공동창립자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슨을 미등록증권 판매 혐의로 제소한 뒤, 리플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한때 200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포럼 등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적인 매수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지난달 30일부터 반등세가 시작됐다. 

하지만 1일 오후 갑작스레 폭락이 시작되며 그동안의 상승분이 대부분 증발하게 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급락에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폭증하자 일부 거래소에서는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빗썸에서는 1일 오후 9시경부터 약 한 시간 이상 접속이 지연됐다. 빗썸은 이날 오후 9시 39분 공지사항을 올리고 “현재 접속자 급증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바일웹, 앱 및 PC를 통한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며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빗썸의 24시간 리플 거래대금은 약 1조4000억원 넘어 전체 가상 화폐 중 가장 많았다. 또한 거래량이 폭주한 시기에는 동시 접속자 평소의 4배 이상 증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빗썸 홈페이지
사진=빗썸 홈페이지

빗썸 이용자들은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며 “폭락 시점에 서버가 마비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빗썸은 여러 차례 접속 지연 사태를 겪으며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서비스가 중단돼,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증시에 비해 등락이 빈번하고 폭이 큰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상 거래소의 접속 장애는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접속 장애로 인해 입은 피해를 거래소로부터 배상받는 것은 쉽지 않다. 

빗썸 약관에는 “회사는 천재지변, 디도스(DDos) 공격, IDC장애, 서비스 접속의 폭등으로 인한 서버 다운,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 장애 등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비스 제공에 관한 책임이 면제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거래소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또한 지난해 7월 “회사 측이 전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빗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거래량 폭증은 거래소가 예측할 수 없는 일로 사전 대처가 어려운 데다, 빗썸이 서버를 증설하고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개선 조치를 시행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피해자가 접속 장애 시점에 매매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보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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