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방송된 포항MBC 제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의 한 장면. 사진=포항M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0일 방송된 포항MBC 제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의 한 장면. 사진=포항MBC 방송화면 갈무리

포항MBC의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두고 포스코와 언론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해당 방송을 제작한 기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언론계·노동계는 대기업의 언론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항MBC는 지난달 1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직업병 및 인근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방송했다. 이 방송은 장기간 제철소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폐암 등 중대질병에 걸리고, 제철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경북도의회 및 포항시의회, 지역 언론들도 관련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포스코는 해당 방송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대응에 나섰다. 다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해 정정·반론보도를 요청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기자 개인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소장에서 해당 방송이 “포항제철소 공정과 근로자, 주민의 피해 간 연관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음에도 포스코 회사에 소속됐던 직원 또는 인근 주민 진술에만 의존해 포항제철소 공정으로 인해 근로자와 주민에게 피해를 입힌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언론계는 포스코가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가) 언론중재위를 거칠 수 있음에도 취재 내용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채 단지 ‘근거 없이 단정적’이라는 말만 늘어놨다. 심지어 언론사가 아니라 기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번 소송을 기자 개인에 대한 보복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어 “포스코는 비판적인 목소리만 나오면 소송을 제기한다”며 “비판과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고치기는커녕 언론의 입을 막고 시민사회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자본의 오만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5월 광양제철소 대기오염물질 배출 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한 광양만녹색연합의 박수완 사무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환경단체 또한 포스코의 행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방송과 관련된 내용들이 지금까지 포스코 인근 지역 주민들이나 현장의 노동자들, 포항시민이 체감하지 못한 일도 아니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라며 “포항국가산업단지(포스코) 인근 지역주민들의 사망률과 암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시행하는 ‘국가산단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조사’에서 밝혀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업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고 정보 공개 청구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기각되는 현실에서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지역 언론이 나선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라며 “포스코는 방송자체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나 어떤 사전 절차도 없이 기업이 취하는 가장 나쁜 방법으로 개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포항MBC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포항MBC 방송화면 갈무리

포항MBC도 지난달 1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포스코가 지닌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50만 포항시민과 포항시는 물론 언론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손배소를 제기한 포스코의 행태를 비판했다.

포항MBC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환경·노동·안전 분야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는 포항에서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 아니며 환경·노동·안전과 관련해 법적 의무를 다하고 언론의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포항의 한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계와 노동계,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입장도 곤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최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철저히 실행하여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하겠다”며 “지속가능성장 모범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및 소송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전’과 ‘환경’을 강조한 최 회장의 2기 경영방침도 빛을 바래게 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최종 승인을 앞둔 최 회장이 최근의 논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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