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로 인한 증시 하락을 우려하며 ‘폐지’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공매도 재개를 언제까지 미뤄둘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1일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여당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논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항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에도 동학 개미가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정책이 이들의 기대 심리를 꺾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책이 (공매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매도를 허용하게 되면 개미들은 맨손으로 총 든 기관·외국인과 경쟁해야 한다”, “공매도가 없어서 동학개미들이 제대로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제도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입장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 금융위, 공매도 재개 전 제도개선 착수

일부 여당 의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있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2018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로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불법적인 공매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불법공매도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처벌을 강화해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존에는 과태료만 부과됐던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형사처벌 도입 ▲공매도 투자자에게 대차계약내역 5년간 보관의무 부과 ▲유상증자 기간중 공매도 투자자의 증자 참여 제한 ▲공매도 제한 근거의 법률 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금융위는 오는 2월까지 불법공매도 사후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전문투자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개인의 공매도 참여 기회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개미가 금융당국 못 믿는 이유는?

하지만 그동안 공매도로 인해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의 약속을 쉽게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지난해에도 불법공매도 의심 사례가 발견되는 상황에서 향후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 실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3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공매도를 남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달에만 무려 1만4024건의 불법공매도 의심사례가 적발됐으며, 이중 5315건  8월 27일 하루에 집중됐다. 해당 의심사례의 대부분은 결제일에 상환 확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현행법상 불법공매도에 해당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누가 몇 푼 번다고 감옥 갈 생각을 하겠느냐고 할 정도로 법 개정을 크게 했다”고 자신했지만, 감시 역량이 부족하다면 처벌만으로 불법공매도를 방지하기는 어렵다. 

또한 금융위의 불법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사전차단’에서 ‘사후적발’로 변경된 점, 개인의 공매도 참여기회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은 것 또한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재개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 박용진 "주식시장 공정해야"

물론 공매도의 완전 폐지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공매도 금지가 지나치게 연장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헤지 수단이 제한된 국내 증시에 들어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을 개선하려면 공매도 재개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금융위가 발표한 공매도 관련 대책은 지난 1년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동학개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박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박용진은 ‘공정’을 이야기했는데, 금융위는 ‘행정’으로 동문서답하고 있다”며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강행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제도적 손질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충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보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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