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및 주가 등락률(1월2일~12월29일). 자료=한국거래소
2020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및 주가 등락률(1월2일~12월29일).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1년간은 1956년 국내 주식시장이 열린 이래 가장 특이하고도 극적인 시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2200대에서 1400대까지 하락하며 폭락세를 보였지만, 이내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반등을 시작해 현재는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더욱 특별한 것은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주역이 그동안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개인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이코리아>는 2020년 국내 증시에서 변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개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되짚어봤다.

◇ 2020년 동학개미의 선택은 ‘삼성전자’

올해 국내 증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로 인해 우울한 출발을 보였다. 1월 2일 2175.17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신천지 사태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빨라진 3월 들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3월 19일 1457.64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는 2800대를 돌파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울했던 1분기를 끝내고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것은 역시 개미들의 힘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미들은 11월을 제외하면 11개월을 모두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지난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총 47조9823억원으로 지난 10년(2010~2019년)동안 순매도한 규모(48조7903억원)와 맞먹는다. 10년간 판 주식을 1년만에 모두 회수한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동학개미’들이 가장 선호했던 종목은 무엇일까? 올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9조6919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6조801억원)였다. 동학개미들은 두 종목을 합쳐 무려 약 15조772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3위부터 19위까지 17개 종목의 순매수액을 모두 더한 것(15조7575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3위는 전기차 성장성과 양호한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한 현대차(2조6125억원)였으며, 4위는 금융업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 중인 네이버(2조2032억원)가 자리했다. 신한지주(1조2962억원)는 라임 사태 등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5위에 올라, 금융업계 중 유일하게 탑10 안에 들며 체면을 지켰다.

그 뒤는 카카오(1조2462억원), SK(1조1994억원), 한국전력(1조1072억원), SK하이닉스(8892억원), KT&G(7031억원) 등의 순이었다.

◇ 2020년 국내 증시 키워드는 '친환경·코로나·우선주'

개미들의 선구안도 나쁘지 않았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평균 33%를 기록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연초 대비 150.5%나 상승하며 유일하게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삼성전자(40.3%), 삼성전자우(59%), 현대차(58.1%) 등도 상당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지주는 주가가 연초 대비 26.2% 하락해 라임 사태의 영향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한국전력(△5%), KT&G(△11.2%) 등이 연초에 비해 주가가 하락했다.

‘블랙 코로나 데이’로 불리는 3월 19일 이후 가장 큰 반등폭을 기록한 종목인 무엇일까?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권 기업으로 한정하면, 1위는 무려 1444.9%나 주가가 상승한 신풍제약이 차지했다. 신풍제약은 우선주 상승률도 788.9%로 3위에 올라 올해 가장 뜨거웠던 종목다운 모습을 보였다.

2위는 모그룹의 구조조정 여파에도 968.8%의 상승률을 보인 두산퓨얼셀이었으며, 4위는 한화솔루션 우선주(715.3%)가 차지했다. 세계 풍력타워 시장 1위 업체인 씨에스윈드(632%)도 6위에 올라 올해 국내 증시에서 대체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였음을 보여줬다. 

SK케미칼(524.4%)과 SK케미칼우(626%)는 또한 자회사 상장 및 백신위탁생산의 영향으로 각각 10위와 7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웅제약의 지주사대웅(9위, 535.46%)과 신풍제약까지 더하면 10위권 내에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주가 5개나 자리한 셈이다. 

우선주 열풍도 올해 국내 증시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5위 삼성중공업우(691.9%)와 8위 두산퓨얼셀1우(565.9%)를 포함하면 총 4개의 우선주가 폭락장 이후 상승률 탑10 안에 포함됐다. 

 

2020년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1월2일~12월29일). 자료=한국예탁결제원
2020년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1월2일~12월29일). 자료=한국예탁결제원

◇ 2020년 서학개미 관심은 '기술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국내 증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동안 ‘슈퍼리치’나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변동성이 큰 해외증시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서학개미들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29일 기준 테슬라로 총 29억4137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연초만해도 82달러에 불과했던 테슬라 주가는 현재 666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2위는 애플로 총 18억3821만 달러를 순매수했으며, 그 뒤는 아마존(8억4723만 달러), 엔비디아(6억6716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5035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그 밖에도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INVSC QQQ S1(3억9154만 달러),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3억9098만 달러), 수소트럭업체 니콜라(3억669만 달러) 등이 7~9위를 차지해 서학개미들의 기술주 사랑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이한 점은 미국 최대 완구업체 해즈브로(4억741만 달러)가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기술주에 쏠린 서학개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해즈브로는 코로나19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완구나 보드게임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매수세로 이어진 것. 실제 해즈브로는 3월 폭락장에서 44.73달러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93.38달러까지 회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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