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3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금감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3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금감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높은 배당수익률로 주목을 받는 은행주들이 오히려 배당 시즌을 맞아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와 주가 부양이라는 상반된 압력 속에서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여 왔지만, 11월 중 고점에 다다른 뒤 이달 들어 완만하게 가라앉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주가 고배당으로 인해 연말에 강세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미지근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로 배당수익률(주식 1주당 지급되는 배당금의 비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이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성향에 대해 금융권과 조율 중이며, 15~25%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대 금융 배당 성향은 이보다 높은 26~27% 수준이었다.

윤 원장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U자형과 달리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지주를 포함한 일부 금융사가 통과하지 못했다”며 “예상보다 손실이 커지면 자본금 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당을 전과 같이 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금감원 입장이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은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은 주주가치나 자본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금융회사가 자율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개별회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맞게 적정하게 배당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감원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 등의 조치로 부실이 이연됐는데, 조치가 끝난 뒤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며 “금융지주나 은행이 이런 부분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 금융지주, 당국 권고에 배당 축소 고민

반면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축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변동성이 적고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유일한 매력인 배당금마저 축소할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은 4대 금융지주 주식을 각각 2593억원, 268억원을 순매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물량을 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큰손의 이탈이 계속되면 주가가 어떤 방향을 향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이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양호하다는 점도 배당 축소 명분을 약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4대 금융은 지난 3분기에만 3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3분기 누적 2조950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KB금융 또한 2조8779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3.6% 오른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을 크게 축소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증권가 "은행주 배당 축소폭, 예상보다 크지 않을 듯"

한편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은행주의 배당 축소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최근 감독당국 스탠스를 감안해 각 은행들의 2020년 평균 배당성향이 약 26.5%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약 24.5%로 약 2%p 하향 변경한다”면서도 “이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6~7%p 축소 요구 등 예상 규제 강도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렇게 가정한 배경은 배당 제한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은행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조건 은행 배당을 크게 줄이라고 권고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한 금융권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배당 축소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 연구원은 이어 “배당성향을 다소 축소하는 쪽으로 절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며 최근 강경 분위기도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은행 배당이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아쉽지만 시장의 우려보다는 축소 폭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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