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 등 정치적 견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 범위 내에 속한다”며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법령상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권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집권세력의 정책 등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며, 화자의 특정 견해, 이념,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지원배제 지시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청구인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의 이름과 지원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가 자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7년 4월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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