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왼쪽)·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 사진=KB금융지주
박정림(왼쪽)·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 사진=KB금융지주

라임 사태 및 호주 부동산 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가 예고됐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가 사실상 연임됐다. 실적 성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결정과 배치되는 인사로 KB금융이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18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박정림·김성현 현 대표를 공동 대표 후보로 선정했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결정으로 보인다. 실제 KB금융은 KB증권을 포함한 10개 계열사 연말 인사에서 KB손해보험·KB부동산신탁·KB신용정보를 제외한 7개 계열사 대표를 재신임했다. KB자산운용도 기존 복수대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을 뿐, 이현승 현 대표가 계속 키를 잡게 된다.

문제는 연임이 예정된 두 대표에게 금융당국이 징계를 예고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대표와 김 대표에게 각각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박 대표는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 판매와 관련해 직무경고의 중징계가 예상됐으나, 제재심에서 문책경고로 징계 수위가 한 단계 하향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발생한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KB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유망 기업의 공모주를 차별 배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은 김 대표와 달리 문책경고를 받은 박 대표의 경우, 징계가 확정되면 3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KB금융이 금감원의 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를 재신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놓여있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처분된 징계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달 25일 증선위에서 라임 사태 징계안이 처음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이달 9일 증선위는 전날 금감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기됐다. 16일 회의도 코로나19로 인해 금감원 직원 및 징계 대상자의 대면질의가 어려워지면서 라임 관련 안건은 논의돼지 못했다. 

결국 라임 사태와 관련한 증권사 기관제재 및 임원 징계 문제는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규정상 징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금융사 임원의 연임은 문제가 없다. 코로나19로 라임 관련 징계 논의가 지연되면서 KB금융도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법적 대응 없이도 연임을 추진할 수 있었던 셈이다. 

또 다른 연임 결정의 이유는 실적 개선이다. 실제 박·김 두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KB증권은 매출 8조890억원(전년 대비 21.1%), 영업이익 3605억원(전년 대비 53.0%), 순이익 2901억원(전년 대비 53.0%)으로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KB증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상승장과 동학개미운동 덕분에 3분기까지 3385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현재 KB금융 계열사 중 KB증권보다 그룹 실적에 기여도가 높은 곳은 KB국민은행 뿐이다. 

특히, 박 대표가 맡은 자산관리(WM) 부문은 박 대표 취임 첫 해 고객 자산 30조원을 돌파하며 1년 만에 50%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결국 좋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징계 확정이 지연되자 KB금융으로서도 박·김 두 대표의 연임이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명확한 징계 의지를 보인 데다,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라임 사태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KB금융이 정말 ‘안정’을 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금융위 의결 절차가 아직 남아있지만 금감원이 중징계를 처분한 임원을 재신임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을 ‘패싱’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 두 대표의 남은 임기 동안 KB증권뿐만 아니라 KB금융도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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