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고객서비스 문제로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기기 고장 문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소비자에게 돌리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서 두드러져 ‘한국 소비자 차별’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커뮤니티 클리앙에 애플 고객서비스 문제를 비판한 소비자의 2014년형 맥북 프로.

◇”업데이트는 고객 선택” 빅서 게이트 일파만파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애플 노트북의 새 운영체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 사례에 대한 무상수리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사연은 이렇다.

청원인은 2014년형 13인치 맥북 프로를 이용하면서, 새 OS ‘빅서’ 업데이트 알림을 수신했다. 이에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메인보드가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

빅서는 애플이 이달 선보인 신규 프로세서 M1에 최적화된 OS다. 오래된 기기에서도 업데이트는 가능하지만,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다만 애플은 이런 주의사항을 청원인을 비롯한 여러 구형 맥북 프로 소비자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다.

결국 청원인은 애플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직원은 무상 서비스 기간이 지나 50만 원을 수리비로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매니저를 만났지만 “업데이트는 고객 선택이었다. 나도 같은 제품이 있지만 안하고 있다”며 무상 서비스를 회피했다.

해당 증상은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 발생 시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청원인은 “애플코리아는 과실을 책임 지려는 자세가 부재하다”며 “같은 문제가 발생한 기기들을 업데이트 이전 상태로 돌려 주거나, 무상수리하도록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는 30일 기준 3900여 명이 동참한 상황이다.

◇아이폰12 디스플레이 문제, 애플 ‘묵묵부답’

애플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 디스플레이 문제가 연일 보고되고 있다. 일부 제품의 디스플레이 기능이 불량하다는 것인데, 관련 증상만 7가지에 달한다.

대표적으로는 ‘빛샘’과 ‘블랙 현상’이 있다. 아이폰12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재질은 OLED다. 일반적으로 OLED는 검정 화면에서 발광소자를 모두 끄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빛이 새는 현상이나 화면이 깜빡이는 증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은 어두운 영상을 감상할 때 불편을 느끼고 있다.

디스플레이 불량 이슈가 다양하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양품테스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폰12 시리즈 구매 직후 문제를 사전에 발견해, 고객서비스에서 본인 과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애플은 현재까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모든 디스플레이 이슈에 대한 공식 해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연말 이벤트에서도 한국 소비자 차별

소비자들은 애플이 세계 공통 이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사례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애플은 연말을 맞아 기기 반품 기한을 구입 후 두 달까지 연장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존과 같은 2주까지다.

이번 연말 프로모션은 애플의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애플이 고객서비스나 프로모션 혜택 면에서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애플과 경쟁사들의 서비스센터 숫자만 비교해도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공식 서비스센터는 92개로, 삼성전자(178개)·LG전자(171개)의 절반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양 의원은 “단말기만 많이 팔고 고장 시 서비스 이용은 소비자 몫으로 돌리는 영업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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