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소액주주 54.3%, 뭉치면 '배터리 분사' 뒤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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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소액주주 54.3%, 뭉치면 '배터리 분사' 뒤집힐까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9.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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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사 계획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사 계획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 소식에 분노한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소액주주 지분 비중이 큰 만큼, 분사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 오는 10월 주주총회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소형전지 사업부는 오는 12월 1일 출범 예정인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이동하게 된다. 

현재 LG화학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누적 점유율은 24.6%로 2위인 중국 CATL(23.5%)을 1.1%p 앞섰다.

LG화학은 현재 급성장 중인 배터리 사업에 집중투자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되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물적분할에 주주들 분노, 하루 만에 1500억원 매도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LG화학이 분사 방식으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했기 때문.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에 따라 분할된 사업부문의 지분을 갖게 되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신설법인 지분을 모기업이 100% 보유하게 된다. 

대주주에게는 절차가 복잡하고 신설 법인에 대한 지배력도 약화될 수 있는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이 더 유리하다. 게다가 인적분할의 경우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전혀 없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이 LG화학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오히려 신설 법인 상장 시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사업 경쟁력을 보고 LG화학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 입에서는 “BTS 없는 빅히트에 투자한 셈”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LG화학의 분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 관련 커뮤니티는 LG화학에 투자한 주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 투자자는 “물적분할 결정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기나 마찬가지”라며 “분사가 계획대로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익명의 LG화학 직원이 “방금 다 털고 나왔다. 그냥 속시원하다”며 보유한 LG화학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올해 LG화학의 주가는 배터리사업에 기대를 건 개인투자자들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이사회 전날인 16일 기준 LG화학 주식을 8462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분사 안건이 의결된 17일 하루에만 1458억원을 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LG화학의 예상을 넘어선 셈이다. 

◇ 54% 소액주주, 10월 주총에서 목소리 낼까?

만약 배터리사업 분사 관련 논란이 계속될 경우, 다음 달 3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LG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LG는 33.34%, 국민연금이 9.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 비중은 54.33%다. 

물적분할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만약 소액주주가 다음 달 열리는 임시 주총에 출석해 모두 반대표를 던진다면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분할안이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매도세가 계속돼 주가가 예상보다 더 하락할 경우다. 하락세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외국인·법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만약 국민연금까지 반대표를 던진다면 ㈜LG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분할안의 주총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급하게 주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동석 부사장은 17일 오후 주요 투자자를 대상으로 긴급 컨퍼런스콜을 열고 “이번 물적분할은 존속법인(LG화학)이 분할법인(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설 법인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서는 “바로 추진해도 1년 정도 소요되고 비중은 20~30% 수준으로 LG화학이 절대적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진화 노력으로 18일 오전 LG화학 주가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3.57% 오른 6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화학이 성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고 예정대로 분할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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