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투자자산운용이 재간접 공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안이한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키움운용은 지난 7일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판매사에 공지한 바 있다. 이 펀드는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H2O가 운용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 등을 편입한 재간접 공모펀드로, 환매중단 규모는 약 3600억원에 달한다. 

H2O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은 낮고 위험은 큰 기업의 채권을 펀드에 편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H2O는 투자자 피해를 우려한 프랑스 금융당국으로부터 비유동성 채권과 다른 자산을 분리하라는 지시를 받아 잠정적으로 환매를 중단했다.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에는 문제가 된 펀드 중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등이 포함돼있다.

문제는 H2O가 이미 지난달 28일 환매중단 사실을 알렸다는 것. H2O의 펀드에 투자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경우 이달 1일 1000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실을 판매사에 알렸지만, 키움운용은 열흘이나 지난 7일에서야 판매사에 이 사실을 고지했다. 

키움운용 측은 ‘늑장대응’ 의혹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H2O로부터 환매중단을 통보받은 뒤 곧바로 비유동성 채권 비중을 점검했으며, 자체 현금성 자산으로도 환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작아(1.6%)라 판매사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 키움운용은 지난 4일 H2O가 자산분리 작업을 공식 발표한 뒤 비유동성 채권 비중이 6~8%까지 늘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7일 판매사에 환매 연기 조치를 알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키움운용이 사태를 너무 낙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H2O운용 펀드는 비유동성 사모채권 비중이 높아 자산 가치가 불확실하다며,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다수의 유럽계 뮤추얼 펀드가 환매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H2O 펀드는 매달 구체적인 운용 포트폴리오를 공시할 의무도 없어 어떤 자산이 문제가 됐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자료는 지난해 연간보고서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H2O의 연간보고서에는 H2O가 운용하는 펀드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베네수엘라 국채 등의 위험자산이 포함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H2O가 운용하는 펀드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해외 언론과 금융업계에서 수차례 지적해온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해 H2O가 운용 중인 펀드에 독일 사업가 라스 윈드호스트(Lars Windhorst)의 투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대거 편입시켰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윈드호스트는 각종 법적 리스크에 휘말린 논란의 인물로, 씨티·골드만삭스 등 글로벌은행은 그의 회사가 발행한 채권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지난해에는 H2O가 운용하는 펀드 6개에서 대규모 환매 요구가 이어져 일주일 만에 순자산의 25%가 빠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H2O운용 펀드에 투자한 국내 운용사 중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 관련 펀드를 전량 환매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문제가 된 펀드를 편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환매러시 사태 당시 해당 펀드를 환매했으나 곧바로 재투자를 결정했으며, 이후에도 해당 펀드의 비중을 늘려왔다. 국내 운용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위험한 포지션을 유지해온 셈이다. 

키움운용은 H2O 관련 위험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결국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열흘이 지나서야 사실을 통보했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키움 글로벌엍터너티브 펀드의 책임매니저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차녀 김진이 이사이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자칫 환매중단 사태가 오너일가 책임론으로 불거질 것을 우려해 외부에 알리는 시점을 미루지 않았겠냐는 것. 김 이사는 2010년 입사해 지난 2018년 해당 펀드가 출시될 때부터 책임매니저를 맡아 운용을 지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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