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환매중단 사태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해외 재간접 공모펀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7일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판매사에 공지했다.

이 펀드는 영국계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H2O가 운용하는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펀드 등을 편입한 재간접 공모펀드로, 환매 중단 규모는 약 3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1일 브이아이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고지한 H2O운용 펀드의 재간접 상품 규모가 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총 4600억원의 자금이 묶이게 된 셈이다. 

문제가 된 펀드는 해외에서 유명한 대체자산을 담은 펀드로 인기를 모았으나, 프랑스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 조치에 따라 환매가 중단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금융감독청(AMF)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H2O가 운용하는 펀드가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담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다른 자산과 분리(사이드포켓팅)하라고 권고했다.

자산 분리 작업을 위해 환매가 중단된 H2O 운용 펀드는 H2O알레그로, H2O멀티본드, H2O멀티스트레티지, H2O아다지오, H2O모데라토, H2O멀티에쿼티, H2O비바체, H2O멀티딥밸류 등 총 8개다. 

독일의 사업가 라스 윈드호스트(Lars Windhorst). 환매 중단된 H2O운용 펀드에는 윈드호스트의 투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편입됐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독일의 사업가 라스 윈드호스트(Lars Windhorst). 환매 중단된 H2O운용 펀드에는 윈드호스트의 투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편입됐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외신들은 문제가 된 H2O 운용 펀드가 독일 사업가 라스 윈드호스트(Lars Windhorst)의 투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상품이 편입된 H2O멀티본드의 경우 해당 채권의 비율이 전체 보유량의 약 13%에 달한다. 

윈드호스트는 10대 시절부터 전자부품 판매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인 사업가다. 한때 헬무트 콜 전 독일 수상으로부터 원더보이(Wunderkind)라고 불릴 정도로 유망한 사업가였지만, 이후 설립한 회사 두 곳이 파산하고 여러 법적 리스크에 휘말리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씨티·골드만삭스 등 일부 은행은 윈드호스트와 관련된 채권 거래에 제약을 두고 있을 정도다. 

외신 및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H2O가 편입한 윈드호스트의 관련 채권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지난해 6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환매가 이어져, 지난해 6월 19~26일 일주일간 H2O가 운용하는 6개 펀드에서 순자산의 25%(56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간 바 있다.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도 관련 펀드를 전량 환매했으나, 곧 재투자를 결정했다. H2O가 환매 요구에 적극 대응하며 자금 유출이 멈추자, 해당 펀드의 유동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 H2O운용 펀드를 전량 환매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문제가 된 펀드를 편입하지 않아 환매중단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7일 환매가 중단된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운용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7일 환매가 중단된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운용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해당 펀드의 책임자가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매중단 사태의 불똥이 오너일가로 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 운용보고서에는 책임운용전문인력으로 김 회장의 차녀 김진이 팀장이 명시돼있다.

김 팀장은 지난해 해당 펀드에 대해 “하부 펀드를 선택할 때 단순히 안정적 수익을 내는 절대 수익 전략보다는 주식과 유사한 기대 수익률을 가질 수 있는 공격적인 펀드를 선정한다”며 위험추구 성향이 강하고 자산배분 목적의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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