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 지난 1~2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광풍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관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청약 첫날인 1일 신청이 폭주하면서 9시부터 약 15분간 MTS가 접속이 지연돼 잠시 온라인 청약을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2일 오전 9시 18분무터 47분까지 약 30분간 MTS 접속장애가 발생해 일반 주식거래 고객까지 불편을 겪어야 했다.

#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지난달 31일 고객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자동으로 매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의 원인은 고객이 설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 ‘서버 자동 감시 주문’이라는 부가서비스였다. 테슬라 주식이 5대1 비율로 액면분할되자, 시스템이 액면분할가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잘못 인식해 자동을 주식을 매도한 것. 

증권업계가 반복된 전산장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수익은 증가했지만, 정작 투자자 편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트레이딩시스템은 한 차례씩 홍역을 겪었다. 지난 3월 13일에는 폭락장으로 접속이 폭주하면서 키움증권 MTS에 과부하가 걸려 약 10분간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SK증권은 같은 달 13일 개장 후 약 3시간동안 MTS 접속이 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고, NH투자증권도 같은 달 25일 상승장을 노린 투자자들의 접속이 몰리면서 접속 지연사태가 발생해 곤욕을 치렀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발생하는 오류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4월에는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하면서,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선물 등 일부 증권사 시스템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시스템이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매매가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청산 주문도 하지 못하고 손실이 나는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증권사의 전산장애는 매년 반복해서 지적당하는 고질적인 병폐지만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 건수는 319건으로 전분기 대비 67%나 급증했다.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은 총 5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8건)보다 65.6% 늘어났다.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이 상반기 기준 139건으로 전산장애 민원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하반기 3건에 불과했던 키움증권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올해 1분기 24건, 2분기 115건으로 급증했다. 마이너스 유가, 테슬라 액면분할 등 굵직한 시스템오류에 모두 연관됐을 뿐만 아니라 접속 지연도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2위는 이베스트투자증권(상반기 기준 124건)이었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분기 1건 뿐이었던 전산장애 민원이 2분기 123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자체 제작 MTS ‘마인(MINE)’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투자정보 큐레이션,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마케팅, 금융어플리케이션 화면표시 등의 신기능을 내세워 홍보에 나섰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안정성에서 투자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동학개미운동’으로 수익을 올려놓고 인프라 정비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증권사들은 2분기 1조7386억원의 수탁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 대비 26%(3588억원) 증가한 것으로, 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상반기보다 1조3324억원(74.6%) 증가한 것이다. 덕분에 증권사들의 2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분기 대비 248.5% 증가한 1조817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동학개미’의 힘으로 오른 수익이 정작 개미들의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구축하는데 쓰이지는 않고 있다. 증권업계가 시스템 개선을 위한 통 큰 투자를 결단하지 않는다면, 반복된 전산장애로 인한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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