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깃발 너머로 삼성 사옥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깃발 너머로 삼성 사옥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두고 언론의 시각 차가 극명하다. 대다수 언론들이 기소의 부당성을 지적한데 지면을 할애한 반면, 일부 언론에선 자본시장 공정성 회복의 계기가 됐다며 검찰 기소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코리아>는 '이재용 기소'를 바라보는 언론의 논조를 비교 분석했다. 

◇ 보수언론 '이재용 기소' 부당성 지적

이번 사건을 비추는 언론의 렌즈는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주요 일간지 대부분은 2일 1면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면서 “심의위 권고 뒤집고… 검찰, 이재용 기소”(조선일보), “검찰, 이재용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중앙일보), “검, 수사심의위 뒤집고… ‘중대범죄’ 이재용 기소”(한국일보), “검(檢), 심의위 권고 뒤집고 이재용 기소”(동아일보), “검, 심의위 권고 뒤집고 이재용 기소 강행”(국민일보) 등의 기사제목을 달았다. ‘무시’, ‘강행’, ‘뒤집고’ 등의 표현을 통해 검찰의 기소 결정에 부정적인 시각을 전달한 셈이다.

사설 등에서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수사심의위원회는 10대3이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이 부회장 불기소는 물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며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만든 제도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했다. 이러려면 뭐 하러 외부 권고를 받는 제도를 만들었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또한 “검찰은 이번에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부한 이유로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어서’라고 설명했지만, 옹색하다”라며 “객관적 증거가 명백하다는 것은 검찰의 일방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사실상 이 부회장 기소를 목적으로 표적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7년 1월 이후 지금까지 3년 9개월째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수사는 거의 2년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관련자 300여 명에 대한 860여 회 조사 등을 거치며 사실상 ‘탈탈’ 털듯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며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을 상대로, 그것도 수년씩 표적수사를 벌이듯 수사를 지속한 것은 검찰권 남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경제지 "경영 공백 우려" 한 목소리

이 부회장이 다시 재판에 휘말리면서 향후 경영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언론도 많았다. 동아일보는 이날 “재계 ‘삼성, 반도체 전쟁 중에 사법리스크… 잃어버린 10년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삼성그룹) 내부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가)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를 키울 수 있다”며 “기업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향후 많은 기업의 통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경제지들도 이번 기소로 인해 삼성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며 삼성그룹이 직면한 사법리스크를 비중있게 다뤘다. 서울경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이 시작되면 이 부회장은 재판 출석 및 준비에 시간을 쏟아야 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은 삼성의 대규모 투자 지연과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총 133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비전 2030’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불가피해 삼성의 강점인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흔들릴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 또한 “삼성전자의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은 '국정농단 사건' 기소 전인 2017년 ‘하만’이 마지막이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에 끌려 다니면서 단 한 건도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향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 진보 언론 "자본시장 공정성 회복 계기"

반면 일부 언론은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엄격한 사법적 판단은 불가피하다는 논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검찰 수사결과에도 검찰과 삼성 어느 쪽 입장이 실체적 진실과 부합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법원은 오직 사실관계와 증거,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재판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검찰 기소를 지지하는 언론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검찰이 확보한 디지털 자료만 2270만건에 달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위가 한 차례 회의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와는 달리, 검찰의 기소 결정이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검찰 기소를 환영하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입장을 소개하며 “시장 전문가들은 검찰 기소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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