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본점. 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 본점. 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생보업을 강화하면서,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례회의에서 KB금융지주가 지난 6월 신청한 푸르덴셜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KB금융은 이번 주 매매대금 2조2000억원을 납부하고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KB-푸르덴셜 VS 신한-오렌지라이프, 승자는?

KB금융은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3조4035억원, 3조3118억원으로 격차는 917억원에 불과하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 1408억원을 더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리가 뒤바뀔 수도 있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보업을 보강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KB금융은 이미 KB생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8000억원 수준으로 생보업계 24개 생보사 중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두 생보사를 더하면 약 30조원을 넘어서 단숨에 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금융그룹 경쟁에서 비은행부문의 기여도가 강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향후 리딩금융 경쟁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8055억원 중 비은행부문 비중은 38.4%로 전년동기(34.6%) 대비 3.8%p 상승했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기여도는 약 12%로 전년동기대비 4% 가량 늘어나, 신한금융이 상반기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반면, KB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118억원으로 KB금융 전체 순이익(1조7113억)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KB금융은 올해 2분기 기준 신한생명보다 높은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 또한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 때문이라기보다는 라임펀드 사태를 비껴간 영향이 컸다. 하반기에도 2분기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은행, 특히 취약한 생보업 강화가 필수 과제였다. 

◇ 푸르덴셜생명 인수, 리스크는?

다만,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 대 신한’의 경쟁구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각각 34조원, 33조원으로, 따로 떼어놓고 봐도 생보업계 6위, 8위에 해당한다. 예정대로 두 생보사가 내년 중 통합되면 단숨에 NH농협생명을 제치고 업계 4위권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반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합쳐도 자산 규모는 3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금융의 생보업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또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따른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올해 3월 기준 434.5%로 업계 1위에 해당한다. KB생명이 업계 평균(281.2%)에 못 미치는 210%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KB금융이 내실있는 인수 대상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고금리 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높은 푸르덴셜생명의 특성은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7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94.3%, 고객에게 지급할 적립금의 평균 이자율(적립이율)은 5.28%였다. 반면 운용자산이익률은 3.87%로 적립이율보다 약 1.41%p 낮았다. 가입자에게 지급할 이자보다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수익이 더 적다는 것. 

게다가 ‘제로(0) 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KB금융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리딩금융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될지, 인수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