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조치한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성북구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랑제일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조치한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성북구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첫 기점이었던 신천지대구교회 사태 당시보다 증가 속도가 빨라,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676명으로 전일(623명)대비 53명 증가했다. 첫 확진자가 발견된 지난 12일 이후 총 9일 동안 700명에 가까운 사람이 감염된 셈이다.

이번 사태가 더욱 놀라운 점은, 초기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신천지 사태와 비교해도 누적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경우, 첫 확진자가 발견된 2월 18일 이후 확진자 수가 빠르게 불어나 9일차에는 관련 확진자가 총 597명에 이르렀다. 이는 사랑제일교회와 비교해 79명이 적은 수치다.

물론 신규 확진자 수는 19일 166명에서 20일 53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경우 관련 확진자 수가 10일차 134명에서 11일차 109명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며 사태가 마무리돼가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2일차 신규 확진자 수가 717명으로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관련 확진자 수가 5200명을 넘어섰다.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 또한 후속 조치가 부실할 경우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집단감염 사태 관련자들이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신천지의 경우 초기 교인 및 예배자 명단, 시설현황 등을 허위로 제출하는 등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관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고 비난 여론이 악화되자, 첫 확진자 발생 2주 뒤인 3월 2일 이만희 총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바뀐 태도를 보였다. 

사랑제일교회 또한 초기 신천지의 비협조적 태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21일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밝힌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외부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교인들도 격리조치에 응하지 않고 탈주하는 등 방역당국에 반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금은 지난 2∼3월의 신천지 집단발생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고 판단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신천지 및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증가 추이. 자료=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신천지 및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증가 추이. 자료=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 왜 개신교만? 성당·사찰과 교회의 차이점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종교시설에서의 모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전한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며, 종교시설에서의 대면 예배를 금지했다. 각 지자체 또한 예배, 미사, 법회 등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독 교회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개신교계를 성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다시 보니 신천지가 선녀 같다”며 “사태가 심각한데 굳이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천주교·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 천주교의 경우 지난달 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성당에서 교인 6명과 가족 2명이 확진자로 판명됐으며, 불교 또한 지난 6월 28일 광주 광륵사 스님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관련 확진자 수가 80명을 넘어섰다.

원당성당과 광륵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 종교에서 발생한 첫 번째 집단감염 사례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 서울 여의도순복음 교회 등 집단감염 사태가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 

개신교에서 유독 집단감염이 반복 발생하는 이유는 조직 특성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 종단에서 전국에 퍼진 종교시설을 직접 관할하는 천주교·불교의 경우 정부의 방역지침이 개별 사찰 및 성당까지 전달되기 쉽다. 종단 또한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 교단이 여러 갈래도 나뉘어있어 소수 교단에 속한 교회까지 방역지침을 전달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개신교 교단 수는 총 374개로 소속 교회 수가 적게는 9개부터 많게는 1만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다양하다. 게다가 ‘개별 교회주의’로 인해 교단이 각 교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작아, 일선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고집할 경우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반면 천주교는 따로 나눠진 종단이 없고, 19개 교구가 교황청 아래 통일된 조직체계를 이루고 있어, 대면 미사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불교는 종단 수가 486개로 개신교보다 오히려 많은 편이지만 집단감염 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인 교회에 비해 사찰이 상대적으로 환기가 용이하고, 개신교에 비해 불교의 정기 법회 빈도가 낮아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중앙의 총무원이 일선 사찰을 관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

◇ 정부, 수도권 교회만 대면예배 금지

이 때문에 정부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수도권 교회의 대면 예배를 금지했지만, 성당과 사찰에서는 방역수칙을 준수할 경우 대면 집회를 허용하기로 했다. 

종교에 따라 대면집회 허용 여부가 달라지자,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9개 교단과 10여개 단체가 속한 한국교회연합은 19일 소속 회원에게 “생명과도 같은 예배는 그 어떤 경우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개신교 교회는 집단감염 사태가 자주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그 수가 사찰이나 성당보다 많고 도심 속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당분간 대면 예배가 허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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