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라는 말에 속지 말자"

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 중인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의 이 말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료받고 완치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경각심을 던진 때문이다. <이코리아>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국내외 언론 보도와 연구기관의 발표를 상세하게 살펴봤다. 그 결과 국내 언론에서 코로나19 후유증을 다룬 사례는 드물었고 해외 언론에선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확인됐다. 


◇ 완치 판정 이후에도 고통 지속돼

박 교수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입국한 뒤 같은 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고신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3월 7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박 교수는 지난 17일 “요즘도 계속되는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라며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면서 집중이 힘든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 가슴 통증, 복부 통증, 피부의 이상 증세, 만성 피로를 꼽았다.

그는 브레인포그 증상에 대해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플 뿐 아니라, 가슴 통증 등 다른 증상까지 심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지기도 하고, 방금 했던 것이나 하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너무 흔하다”고 했다.

가슴 통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통증이 심해 앉으면 불편해지고, 누워서 쉬어야 하지만 누우면 또 다른 불편함이 있다”면서 “배 통증도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속쓰림 증상도 있다. 특히 맹장이 있는 오른쪽 아랫배가 가끔 아프다”고 말했다. 

피부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피부 문제도 아직 있다. 피부가 검붉은색으로 변했던 것은 많이 나아졌지만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보라색 점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부색뿐만 아니라 건조증도 여전히 문제다. 선풍기 바람에 조금만 노출돼도 그 부위만 피부 건조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만성피로의 경우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도 여전히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한다”면서 “뉴욕에 있는 의사 친구는 예전부터 나의 후유증으로 신경계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 부검으로 장기 여러 곳에 손상 확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일 코로나19가 여러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점이 부검으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기사에는 사망자 87명의 폐, 38명의 뇌, 41명의 심장을 부검한 결과가 담겼다.

부검 결과, 사망자들에게서는 골수나 폐에만 존재하는 거핵세포가 다른 장기들에서도 지나치게 많이 발견됐다. 거핵세포는 혈액을 굳혀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소판을 만드는 세포로, 의료진은 코로나19가 혈소판의 작용을 증폭해 위험한 혈전을 만들어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장기 손상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지만, 코로나19 사망자에게서 해당 증상과 함께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힌 점이 부검 결과 밝혀진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심장에서도 많은 거핵세포가 발견됐다. 일부 감염자들이 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며 급사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광범위한 뇌 손상도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미각이나 후각의 마비, 우울증, 발작, 경련, 정신착란 등 신경의학적 증세를 호소하는데, 의료진은 부검 결과 산소 부족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증상은 병원에서 장기치료를 받은 중증환자, 급사한 환자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 해외 코로나 확진자의 후유증 사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젊은 층에 보낸 경고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CNN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파우치 소장은 미국 미생물학회가 개최한 화상 회의의 기조 연설에서 "젊은이들은 노인들에 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병원에 입원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일주일이나 2,3주 병상에 누워야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3주 앓는 것은 물론이고 후유증이 여러달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많은 젊은 환자들에게서 심장 질환이 생긴 것도 밝혀졌다. MRI와 PET 스캔을 해보면 심근염과 심근병증이 생긴 증거들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완치'라는 말에 속지 말 것

박현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완치’라는 표현이,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의 존재에 대해 모르거나 바이러스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회복자’, ‘생존자’라고 표현하는데 한국만 ‘완치자’라고 말한다. 나도 그 ‘완치’라는 말 때문에 퇴원 당시 여러 통증이 있는데도 집에서 요양하면 나아질 것으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 당국과 병원들이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해보고 여러 병원에 방문해도 모두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순간 ‘완치’되고, 체력이 떨어졌거나 독한 약의 부작용이라는 말뿐”이라며 “어떤 정보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 교수의 이런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내 언론에선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 수, 감염 속도와 경로 등을 위주로 보도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예를 들어 전광훈 목사가 확진되고 사랑제일교회의 집단감염이 이슈가 되면 질세라 앞다퉈 보도한다. 코로나10에 걸린 환자의 투병과정 혹은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왜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언론을 통해 주로 코로나 관련 정보를 듣는 사람들에게 이런 보도 경향은 자칫 코로나19에 대한 몰이해를 심어줄 수 있다. 정부도 코로나19 확진자 중 완치 판정을 받은 회복자의 후유증 실태를  전수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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