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시킬 최후의 수단으로 꼽히는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도민 여론마저 지지 의견이 높아 이 지사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위헌 및 실효성 논란 등이 남아있어 아직 실제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경기도는 지난 17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실거주 목적 외 투기용 부동산거래를 규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반대는 35%, 모름/무응답은 5%였다.

이 조사는 경기도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18세 이상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p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 목적의 거래를 제한하고 지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하는 경우 관할지역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장관 및 시·도지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최근 기획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평택시 현덕면과 포승읍 등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정부가 직접 거래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최후의 카드로 꼽힌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해 반발이 큰 만큼,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

이런 측면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주장해온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도민들이 토지거래허가제의 기대효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집값 상승 방지(26%)인 만큼,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지사에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자료=경기도
13~14일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경기도

◇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시 거래량 감소 지가변동률 하락

그렇다면 토지거래허가제는 정말 지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까? 이 제도는 약 40년 전 처음 도입된 뒤 다양한 지역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시행된 바 있지만, 여전히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이다. 허가구역 지정 후 해당 지역 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신고가가 나오는 등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과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어느 정도 투기수요 억제 및 지가 안정효과가 검증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2007년 발표한 ‘토지거래허가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발전적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7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던 경기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건설예정지역의 토지거래량이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량과 지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거래량 감소는 지가 안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2003년 2월 시 전역이 허가구역으로 묶인 대전시의 경우 지가변동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의 2003년 1분기 지가변동률은 1.85%로 전국 평균(0.41%) 및 서울(0.34%)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같은 해 4분기 전국 평균 및 서울 지가변동률이 각각 1.45%와 2.34%로 급등하는 동안, 대전은 0.66%까지 변동률이 하락했다. 대전의 지가변동률은 이후 등락을 잠시 반복하다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으나, 2009년 초 허가구역이 해제되자 다시 완만하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충청남도 천안시, 아산시의 연도별 지가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충청남도 천안시, 아산시의 연도별 지가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 정책 타이밍, 보조 규제 없으면 '역효과'

물론 토지거래허가제가 항상 효과를 발휘한 것은 아니다. 정광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2005년 발표한 ‘토지거래허가제의 정책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충남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2002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과 지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천안·아산은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02년 10월부터 2005년 4월 사이 지가변동률이 급상승했다. 특히, 해제 직전인 2004년 천안·아산의 지가변동률은 각각 17.8%, 17.6%로 전국 평균(3.9%)의 네 배가 넘는다. 

이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아무리 강력한 제도라도, 단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교수는 천안·아산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로 ▲정책의 타이밍 ▲정책의 일관성 ▲보조 규제의 부재 등을 꼽았다. 정부가 가격이 오른 다음 뒤늦게 허가제를 도입했거나, 자주 정책 방향을 뒤바꿔 시장이 규제의 지속성을 의심할 경우 허가제의 효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조세정책을 병행하지 않고 공급 제한에만 집중할 경우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천안·아산에서 허가제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처럼 정책의 타이밍, 신뢰성, 보조 규제가 모두 부실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만큼, 재산권의 침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극약 처방’은 막무가내로 도입하기보다,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세세한 밑그림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론의 지지로 토지거래허가제 추진 동력을 얻은 이 지사가 어떠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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