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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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주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급등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른 삼성전자 지분 매각 리스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삼성생명 주가는 전일 대비 21.04% 급등한 7만1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4만7000원대에 거래됐던 삼성생명 주식은 지난 10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나흘 동안 무려 46%나 상승했다.

삼성생명 주가의 최근 급등세는 실적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785억원으로 전년동기(7566억원) 대비 10.3%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보험 업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 2분기 들어 주식시장 반등으로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한 448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이 호전됐지만 1분기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삼성생명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의 한도는 총자산의 3%다. 문제는 해당 주식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가로 따진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 등이 지난 6월 발의한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를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8.8%로 이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약 30조원에 해당한다. 삼성생명 총자산이 약 300조원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 비중이 보험업법이 정한 한도인 3%를 넘어 10%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되는 셈. 만약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무려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도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 주가가 뛰어오르는 이유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배당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매각을 가정하는 경우 ▲자산 감소 ▲자본증가 ▲운용 수익률 하락 ▲자본 비율 개선이 전망되어 구조적인 펀더멘탈에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된다”며 “보험업법의 통과 가능성과 관련 매각익의 배당 정도가 향후 주가 추이에 주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달라지는 점은 당장 배당이 늘어나는 것뿐”이라며 “필요 매각금액 전량을 일시 매각하고 매각익을 즉시 배당하는 최악의 수를 가정해도, RBC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고 DPS(주당배당금)는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확정된 내용도 아닌 데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실제 처분한다고 해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삼성전자 지분은 평가익과 배당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한 우량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만한 좋은 투자자산은 찾기 힘들기 때문. 보험업계가 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자산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보험업법 개정안은 장기적으로 삼성생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연관돼있는 만큼,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 관련) 이슈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를 부각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이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법’ 이슈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호석 삼성생명 부사장(CFO)는 1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대한 질문에 “어떠한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떤 경우에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칙 하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 부사장은 삼성생명의 최근 주가 상승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무관하게 주가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생명 주가 급등으로 삼성생명 경영진은 돈방석에 앉았다.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는 지난 3월 19일대표이사로 선임되던 날, 자사주 4000주를 매입했다. 이어 20일에도 2000주를 사들이는 등 총 6000주를 매입했다. 

유호석 부사장도 같은 3000주를 매수했다. 전 대표와 유 CFO의 자사주 매입 대금을 합치면 약 3억5000만원에 달한다. 3월 24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 주가는 3만8550원이다. 8월 13일 삼성생명 주가가 7만1900원에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약 5개월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전 대표와 유 부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일차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으로 해석되지만 주가 급등에 따른 만족감은 일반 삼성생명 주주와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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