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등한 제약·바이오주가 대주주 및 경영진의 지분 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바이오주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는 신호일 수 있다며, 투자 결정에 좀 더 신중할 것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 진단키트업체 씨젠은 14일 오전 11시 현재 전일 대비 12.31% 하락한 2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씨젠이 전날 역대 최고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씨젠은 13일,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748억원, 영업이익 1689억원, 당기순이익 13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매출액은 9배, 영업이익은 36배 늘어난 것. 코로나19로 인해 진단키트 수요가 폭증하며 실적 대박을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씨젠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13일 반기보고서와 함께 공시된 씨젠의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는 천종윤 씨젠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천미영씨가 지난 11~12일 총 1만4110주(약 43억원)을 약 30만원에 장내매도했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 

이는 개인이 보유한 지분의 13% 정도로, 씨젠 전체 주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씨젠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지만, 투자자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공시한 날 친인척의 매도 소식이 같이 알려진 사실에 대해 얄궂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미 다른 제약·바이오주가 오너일가 및 경영진의 지분 매도로 인해 하락한 경우를 빈번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부광약품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4만6550원까지 올랐던 부광약품 주가는 다음날 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이 약 4%의 지분(약 1009억원)을 시간외거래(블록딜)로 매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14일 현재 부광약품 주가는 3만6400원으로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신일제약 또한 오너일가의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덱사메타손의 생산업체 신일제약은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5만81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가, 24일에는 단기 폭등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21일 홍성소 회장의 형인 홍성국 전 대표가 8만2000주(약 28억원)를 매도하고, 동생인 홍승통씨도 20일과 23일 5만주(약 25억원)을 매도하는 등 오너일가가 지분을 대량매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거래정지 해제 첫날인 지난달 27일 무려 30%나 하락한 신일제약 주가는 14일 현재 2만6100원으로 최고점 대비 절반 이상 폭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수혜주인 제약·바이오주가 연이은 오너일가 및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도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큰 제약·바이오주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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