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현황.(단위: 명,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그룹별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현황.(단위: 명,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국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중 31.5%가 전문성 부족,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그룹 중에서는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개혁연구소는 4일, 지난 3월 31일 기준 국내 100개 금융회사 416명의 사외이사를 ▲전문성 ▲고위공직자 및 금융 관련 연구원 출신 ▲친정권 정치활동 ▲이해관계 및 이해충돌 ▲학연 및 기타 친분관계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해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2020’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16명의 사외이사 중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131명(31.5%)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숫자로 보면 신한금융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 14명, KB금융 12명, BNK금융 9명 등의 순이었다.

신한금융은 일본계 주주 등 우호주주나 계열사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일본계 주주였으며, 신한은행, 제주은행, 신한생명, 신한카드 등도 일본계 주주 출신 사외이사를 1명씩 선임하고 있었다. 

계열사나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회사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은행의 경우 이원호 전 신한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신한캐피탈은 이중철 전 신한은행 본부장, 신한저축은행은 박수익 전 신한카드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디디에 뚜슈, 라케쉬 뱅게일 등 BNP파리바 임원뿐만 아니라 과거 자사 주식운용본부장(CIO)을 역임했던 조세훈 이룸투자자문 대표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농협금융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학연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눈에 띈다. 이광범 이사(농협은행)와 구본민 이사(NH저축은행)는 김 회장과 광주일고 동문이며, 김영과 이사(농협생명)는 김 회장과 서울 상대 동문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함께 재직했다.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효익 이사(농협생명), 정택석 이사(NH투자증권)도 김 회장의 광주일고 동문이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회사는 주주뿐만 아니라 예금자, 투자자 등 금융소비자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들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독립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금융회사들은 비상장이 많아 주주총회에서 외부 주주들에 의한 견제가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연차보고서나 사외이사 추천내역 공시 등을 강화해 금융회사 스스로 자격검증 노력을 강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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