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 공매도가 오는 9월 이후에도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 건데, 코로나19가 현재 종식되지 않은 부분도 감안하겠다”며 “8월 중 공청회를 열고 공매도와 관련한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 불안을 고려해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다수의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지만, 대부분 재개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리스,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6개국은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도입했으나 5월 18일부로 이를 해제했다. 

◇ 증시거품·자금유출, 공매도 금지 영향?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열기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공매도가 재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신풍제약 등 일부 바이오주의 주가가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공매도의 가격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기관 및 외국인의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3월 16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4개월 간 기관 및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각각 8조4981억원, 14조7837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투자자의 유입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식시장이 자칫 하강 국면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 

높아진 개인투자자 비중이 기관·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충분히 메워주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공매도 연장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지난 3월 16일~7월 29일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24조2039억원을 순매수하며 기관·외국인이 매도한 물량 이상을 사들였다. 

덕분에 국내 주식시장은 기관·외국인 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2008~2009년, 2011~2012년 두 차례의 공매도 금지 조치 직후 지수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현상이다. 개인투자자 비중 증가로 기관·외국인 매도세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만큼,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게 된 것.

◇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개인투자자 불만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인 점도 공매도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신용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를 통해 대주거래를 해야 하는데, 종목 수도 적고 요구사항도 까다롭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는 기관·외국인이 독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여겨진다. 최근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세 부과 등의 조치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예정대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도 최소한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의 형평성을 고려한 구체적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24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금융정책 추진방향’에서 “일반 투자자가 자본시장 참여 시 우대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매도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문제 인식도 적극 해소하겠다”며 “개인 주식대주시장을 확대해 차입 공매도 제약요인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매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보다는 개인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 구체적인 개인 주식대주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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