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사용 제한' 족쇄 푼 미국,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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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연료 사용 제한' 족쇄 푼 미국, 의도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7.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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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미사일지침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도 비군사적 목적의 고체연료 발사체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한국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불허해온 미국이 방침을 바꾼 의도는 무엇일까.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20년 개정 미사일 지침’을 새롭게 채택하게 된다”며 “이제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업과 연구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들은 기존의 액체연료뿐만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기존 지침의) 제약 하에서는 의미있는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러한 제약이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작년 10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NSC가 하우스 대 하우스로 직접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어 “지난 9개월 동안 미국 측과 집중적인 협의를 가진 끝에 오늘 날짜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그동안 난색을 보였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 제한을 풀어준 것은 표면적으로는 기존 지침을 고집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일본, 유럽, 이스라엘 등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도 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군사적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민간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안보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29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이번 지침 개정에 대해 “북극성 1호, 2호 등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에 남측이 대응하도록 고체연료 미사일을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미 탄도 중량이 무제한으로 풀린 데다 사거리 연장까지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차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로도 내세우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원래 미국은 이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인데, 이번에 아주 통 크게 해줬다”며 “굳이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국에 갖다 놓는 것보다 한국 스스로 전략 자산을 만들어가도록 정책 전환을 함으로써 미국의 안보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비군사적 목적의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 뒤에 중국 견제라는 군사적 목적이 숨어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고체연료 발사체의 장점이 주로 군사적 목적과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에 비해 비추력(발사체 연료의 효율성)이 크고 점화 후에도 추력 조절이 용이하며 재활용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요 우주 선진국이나 민간에서는 여전히 액체연료 발사체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3일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1호의 발사체로 사용된 창정5호나,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도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반면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비추력이 약하고 점화 후에는 추력을 조절하기 어렵지만,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별도의 연료주입과정이 필요 없어 이동이 쉽고 신속한 발사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대의 탐지를 피해 신속하게 발사해야 하는 군사용 미사일에는 액체연료보다 고체연료가 선호된다. 일각에서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허용을 의미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벼운 저궤도 소형위성의 발사수단으로는 액체연료보다 고체연료가 더 경제적이다. 실제 김현종 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우리의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나간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가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활용한 저궤도(500km~2000km) 군사 정찰 위성을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 필요에 따라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며 “이번 개정은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군은 상당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만,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군용 정찰 위성을 단 한 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리 군이 다수의 정찰 위성을 발사하게 되면, 미국은 중국 바로 옆에 상당한 감시능력을 보유한 동맹국을 두게 되는 셈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관련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는 우주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좋은 계기”라며 “앞으로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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