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적으로 양측 모두 물러서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 대통령의 경우 취임이후 실용정부를 표방, 대일(對日)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일본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뒤따르지 않음에 따라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첫해인 2008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더불어 살면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 같은 유화적인 입장 때문에 국내적으로는 친일적이란 비판여론에 직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강경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 노다 총리와의 연말 정상회담에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법 이전에 국민 정서, 감정의 문제"라며 "일생에 한을 갖고 살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양국간 해결하지 못하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된다. 지금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강도놓게 지적했다.

올해 광복절을 전후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 관련 발언 등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류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방위백서를 통해 2005년이래 줄곧 독도를 자국땅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이같은 주장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우리 외교백서에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표현했다고 이례적으로 항의하기까지 했다. 급기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노다 총리내각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일 양국간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문제를 묻어두고 가면 더 커진다"며 "국민 감정이 격앙될 수 있지만 묻어두는 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무슨 조치가 필요한 지는 일본이 잘 알 것""이라고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태도변화를 계속 촉구해나갈 것이란 의지를 밝혔다.

노다 총리 역시 중국 및 러시아와 영토분쟁에 휘말리면서 국내 우익세력으로 부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등의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과 맞물려 독도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관련 발언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을 최근 이 대통령에게 보낸데 이어 독도문제가 우리 측 반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가 어렵게 되자 유엔 총회나 안보리로 가져갈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몰고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21일엔 독도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각료회의까지 열린다.

노다 총리의 일부 각료가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 출범이후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도 이같은 기류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억제해왔다.

물론 이 대통령이나 노다 총리 모두 국내 정치상황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임기말 국정운영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국내정치 상황을 의식, 대일 강경발언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간 문제가 언론에 연일 이슈화되고 있어 이 대통령의 입지가 강화될 여지가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 방문전까지만 해도 국내 정치상황은 이 대통령의 입지를 갈수록 약화시킴으로써 국정운영에 적잖은 차질을 빚어왔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이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가 잇따라 불거진데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 역시 날로 추락하고 있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관계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상황 반전이 없는한 남은 임기동안의 국정운영이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게 불가피해 보였다. 이 대통령으로선 임기말 국정운영을 제대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도 국면전환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

노다 총리 역시 중국과의 영토분쟁 등으로 국내 우익세력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정치적으로 수세에 처해있는 상황인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강경론을 고수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달엔 집권당인 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가 있고 뒤이어 총선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이같은 국내 여론에 편승, 강경 목소리를 계속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이 처한 이같은 입장에 따라 한일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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