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관련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H법무법인 소속 윤모(왼쪽 두번째) 변호사와 송모(오른쪽 두번째) 펀드 운용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관련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H법무법인 소속 윤모(왼쪽 두번째) 변호사와 송모(오른쪽 두번째) 펀드 운용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체조사 결과 수탁은행이 보유한 펀드 자산에 애초 제안된 내용과 달리 비상장사 사모사채가 편입된 사실, 예탁결제원이 운용사 지시에 따라 이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 (NH투자증권)

“펀드 운용 주체는 판매사와 운용사, 수탁사다. 우리는 펀드 기준가 계산을 대항하는 보조자일 뿐, 계약서 내용을 검증할 권한이 없다”(예탁결제원)

“수탁사가 사모펀드 자산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하나은행)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에 대해 관련 기관에선 ‘남탓’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의 변명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는 금융당국과,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 관련 기관들의 안이함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도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감시하고 운용사를 견제할 책임을 부여하지 않은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다. 

◇ 펀드 자산 관리하는 수탁사, 사모펀드는 감시 의무 면제

사모펀드를 설계·판매·운용하는 과정에는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운용사 외에도 ▲증권사·은행 등 상품의 판매하는 판매사 ▲펀드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사 ▲펀드자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사무관리사 등 총 네 개의 주체가 참여한다. 옵티머스 사태를 예로 들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상품을 기획하고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판매창구 역할을 하며, 하나은행이 펀드 자산을 관리하고, 예탁결제원이 펀드 가치를 산정한다.

하지만 운용사를 제외한 세 개의 주체 중 누구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부실 사모사채를 펀드 자산에 편입하는 것을 견제하지 못했다. 운용사의 일탈을 감시해야 할 세 주체가 모두 위험을 방치한 배경에는, 누구도 운용사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시스템이 놓여 있다.

우선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펀드 자산을 보관·관리·처분·취득하는 수탁사의 경우 위험 자산이 편입되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도 수탁사에게 단순히 펀드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이 아닌, 적극적으로 운용사의 운용지시 적정성을 검증할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 자본시장법 247조에 따르면,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행위가 법령·약관 및 투자설명서에 어긋나는지 감시하고, 위반 시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감독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수탁사의 감시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249조의 8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해서는 247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펀드 자산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하나은행의 해명이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 판매사, 사무관리사도 운용사 견제 어려워

예탁결제원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일반사무관리회사’는 매월 수탁사와 증권 보유 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상 일반사무관리회사는 투자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경우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옵티머스의 경우 투자회사형 펀드가 아닌 투자신탁형 펀드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탁원에는 검증 의무가 없다는 것이 금투협의 해석이다.

현재 국내 펀드의 9할 이상은 신탁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옵티머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투협의 해석대로라면, 국내 사무관리사 대부분은 사실상 기준가 계산을 대행하는 역할을 할 뿐, 펀드 자산의 이상 유무를 검증할 책임이 없는 셈이다. 현행 법과 규정이 사모펀드 대부분에 대한 사무관리사의 감시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는 것.

판매사 또한 운용사를 검증할 책임도 권한도 제한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상품의 투자구조 및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는 규정하고 있지만, 운용사의 상품 설계 및 운용을 검증할 책임과 의무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보교류 차단 규정(자본시장법 45조)로 인해 운용사에 대해 펀드 자산 운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관여할 수도 없다. 게다가 판매사의 개입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자칫 판매사가 직접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을 지시하는 OEM펀드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관련 법의 개정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공모펀드와 달리 상호견제 불가능한 사모펀드

각각의 주체가 운용사를 견제할 권한이 없더라도 서로의 정보를 교차 검증했다면 옵티머스 사태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공모펀드의 경우 판매·수탁·사무관리사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상호견제 및 감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가 개별적으로 운용사의 문제를 감시해야 하므로 상호견제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 

실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이러한 빈틈을 악용해 수탁사인 하나은행에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사모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예탁결제원에는 실제와 달리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했다고 적힌 펀드자산명세서를 제출했다.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제 자산 매입 내역과 명세서를 교차 검증했다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겠지만, 옵티머스는 교차 검증이 불가능한 시스템의 구멍을 통해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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