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별도의 규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법률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가 밝힌 '디지털 공정경제' 세부 추진 계획. 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별도의 규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법률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가 밝힌 '디지털 공정경제' 세부 추진 계획. 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5일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을 두고 ‘과잉규제’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언론에서 공정위가 해외에도 없는 규제를 신설해 국내 사업자를 옥죄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공정위는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라며 반박에 나섰다.

◇ 공정위,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은 어떤 내용?

앞서 공정위는 지난 25일 온라인 플랫폼에 의한 입점업체 및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시장을 선점한 거대 플랫폼이 독점 체제를 구축할 수 없도록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수수료율 및 표준계약서 제정 등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모범거래기준 수립 ▲입점 업체 및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시정 및 불공정 행위 심사 기준 마련 ▲소비자 피해에 대한 플랫폼 책임 강화 및 예방조치 의무화 ▲경쟁을 제한하는 플랫폼 분야 인수합병 규제 등의 내용이 새로 제정될 법안에 담길 예정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 입법을 목표로 신속하게 제정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유럽연합(EU),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신설

공정위의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이 발표되자 일부 언론으로부터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과잉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판의 핵심은 ▲해외에서는 기존 법을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감독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새로 법안까지 만들며 전례 없는 규제에 나서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이미 존재하는데 새 규제를 만드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것이다.

공정위의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이 해외에서도 드문 새로운 규제라는 것은 사실일까? 공정위는 26일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에서도 공정위와 유사하게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플랫폼에 관한 법을 제정하였거나 제정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예로 든 것은 유럽연합(EU)의 사례다. EU는 지난해 7월 ‘온라인 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정’을 제정하고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모든 온라인 중개서비스 및 검색엔진을 대상으로 한 이 규정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관행 금지 및 투명성 제고, 입점업체와의 분쟁해결 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정이 실행되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업체와의 계약 종료 전 이의 제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입점업체에게 검색결과의 순위 및 차등 혜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만약 온라인 플랫폼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입점업체 대신 공공기관이나 관련 단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을’의 입장에 있는 입점업체의 부담을 덜었다. 

◇ ‘경쟁법’ 있는데 새 규제 만든 EU, 왜?

물론 EU는 새 규정을 만들기 전에도 기존 법률체계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대응해왔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7년 경쟁법을 적용해 구글에 약 24억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자사 온라인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에 등록된 상품을 경쟁업체 상품보다 먼저 검색결과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경쟁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

그렇다면 경쟁법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EU가 새 규정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 법률체계를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구글보다 규모가 작은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기존 법률로 보면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지만 입접업체에 불공정한 관행을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지배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별도의 규제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규제체계를 유지한다면, 이러한 플랫폼들을 모두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꼴이 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강지원 입법조사권은 지난 1월 발표한 ‘EU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불공정거래행위 규율 강화’ 보고서에서 “새 규정은 시장지배적 지위에 이르지는 않지만 중소 판매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EU 경쟁법의 규제 공백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처럼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가도 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기존 법률이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규제체계를 구축하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16년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의 투명성 의무를 규정했으며, 일본 또한 지난해 12월 ‘기업결합심사에 관한 독점금지법의 운용지침’, ‘기업결합 심사절차에 관한 기업결합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영국도 지난해 3월 상원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자율규제나 기존 규제체계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공정위 "이중 규제 아니다" 반박

일각에서는 이미 일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새로운 규제를 강행할 경우 ‘이중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플랫폼 공정화법’에서 규율하고자 하는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만 할 뿐 소매상과 같이 자신의 명의로 상품을 매입하여 직접 판매하지 않으므로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중규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대규모유통업법’은 상품을 납품받아 자기 명의로 판매하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소매상에게 적용된다. 즉, 납품업자로부터의 상품구입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로, 오픈마켓 등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러한 규제공백을 메우기 위해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이버몰 판매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쿠팡처럼 중개와 판매를 동시에 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어떨까? 공정위는 “쿠팡과 같이 중개업과 소매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 두 법이 동시 적용될 수 있으나 다른 행위에 대한 규율이므로 이중규제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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