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도시에 공유자전거가 무단으로 버려져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중국의 한 도시에 공유자전거가 무단으로 버려져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공유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공유경제 업체들이 실적 악화로 고민 중인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새로운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코로나19가 드러낸 공유경제 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로운 에티켓이 돼버린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은 공유경제 업체들에게는 사막처럼 삭막하다. 유휴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는 공유경제의 기존 패러다임은 언택트’의 사막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경제 공룡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승차공유서비스 우버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0% 늘어난 29억4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 후 실적을 공개한 3분기 동안 최악의 실적이다. 우버이츠 덕분에 매출은 14% 늘어난 35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셈.

우버는 지난달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7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는 등, 극단적인 구조조정까지 감행하며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도 지난달 초 전체 인력의 4분의 1인 1900명을 감축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프리미엄 서비스 ‘호텔스 앤 럭스’ 투자도 축소하고 기업공개(IPO) 계획도 잠정 연기하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정확히 언제 여행이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고, 재개되더라도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 ‘공유’보다 ‘수익’ 앞세운 기존 모델 한계 직면

물론 모든 공유경제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국내로 한정할 경우, 모빌리티 업계는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차량공유에 대한 거부감이 높지 않은 데다, 대중교통보다는 공유차량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공유자전거·킥보드 등 개인교통수단의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잘 적응하면 공유경제가 여전히 성장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더 복잡하다. 공유경제가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한계에 직면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휴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수익도 창출한다는 공유경제의 아이디어는 어느새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량의 자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역전됐다. 예를 들어, 차량공유 플랫폼 이용자는 보유한 차량을 다른 이와 나눔으로서 교통량과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참여자가 늘어나고 전업 기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교통량이 늘어나고 도심이 혼잡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차량 및 자전거 공유 플랫폼 활성화로 인해 도심이 극도로 혼잡해지자, 2025년까지 주요 도로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도 한때 공유자전거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지만, 대부분 잘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 자전거를 대량으로 구입한 뒤 대여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과열된 경쟁과 부실한 수익창출 모델로 100여곳에 이르던 공유자전거업체는 4~5곳으로 감소했고, 그동안 과잉 공급된 공유자전거는 도심과 자연을 가득 메운 흉물이 돼버렸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유경제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공유경제업계가 예전과 같은 활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에이프릴월드와이드 설립자이자 공유경제 전문가인 에이프릴 린은 최근 미국 온라인 뉴스플랫폼 ‘미디엄(Medium)’에 기고한 글에서 “초기 공유경제의 창업자들은 단순한 에토스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소유’보단 ‘공유’함으로서 공동체를 건설하고 환경을 개선하며 관계와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경제적 보상은 부수적으로 취급됐을 뿐, 주된 목표인 경우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후 공유경제 플랫폼의 경제적 이익은 환경과 공동체, 사회적 이익을 압도하는 일종의 ‘성배’가 됐고, 기업들은 자원 공유와 관련 없는 모든 사업에 ‘공유경제’라는 이름을 갖다붙이기 시작했다”며 “공유경제가 서투른 사춘기를 거쳐 오만한 어른으로 자라났다”고 비꼬았다.

수익이 아닌 공동체와 통합에 중점을 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공유경제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에이프릴 린의 진단이다. 그는 “공유경제는 초기 가치와 일치해야만 번창할 수 있다”며 지역 기반의 공유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익과 공유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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