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두고 ‘이중과세’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다수 소액투자자의 세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소액 주주까지 전면 확대하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년에 걸쳐 0.15%까지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간 주식 양도소득 2000만원까지 공제가 적용되지만, 그 이상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초과분에 대해 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이중과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25, 26일 연이어 해명자료를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는 과세목적과 과세대상이 다르다”며 이중과세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는 담세력에 따른 과세형평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며, 필요경비·손실을 공제한 소득에 과세한다. 반면, 증권거래세는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단기간 고빈도 매매 등 시장교란 행위를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거래대금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기재부는 이어 “이번 개편안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함께 부담하는 투자자는 상위 5%(약 30만명) 수준”이라며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계산 시 증권거래세를 필요경비에 산입하여 이중과세를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편안으로 인해 이중과세로 부담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

◇ 기재부 "영국·프랑스도 거래·양도세 병행"

기재부가 양도세를 도입하면서도 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인하한 이유로 열거한 것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에서도 양도세와 거래세를 동시 부과하고 있다는 점 ▲거래세 폐지 시 고빈도·단기매매 등 시장교란 행위를 억제할 수단이 줄어든다는 점 ▲일본도 무려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사례를 거래세·양도세 병행 이유로 제시한 것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외 국가들 대부분이 양도세와 거래세 중 하나만 과세하고 있는 데다, 대체로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하는 추세이기 때문. 미국·일본·독일 등은 거래세가 아닌 양도세만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은 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는데, 세율이 0.1~0.2%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다. 

기재부가 예로 든 영국·프랑스도 실효세율을 따지면 한국보다 부담이 적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증권거래세 인하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보다 높은 0.50%의 인지세가 부과되는 영국의 경우 비과세거래가 60% 이상으로 실효세율은 0.20%에 미치지 못하며, 한국과 동일한 0.30%의 거래세가 부과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비과세거래 비중이 크고 시가총액 10억유로 이상 주식의 일간 순매수대금에 대해 과세되고 있어 실효세율은 0.0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거래세 '증시 안정 효과' 불확실, 유동성 감소 우려도

거래세가 단기 투기수요를 억제한다는 기재부의 주장도 일반론은 아니다.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단기적·투기적 거래를 억제한다는 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 증권시장에서는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8년 발표한 ‘증권거래세의 국제적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증권거래세는 주로 단기 투기수요를 감소시키려는 목적으로 과세되었는데, 증권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1990년대를 전후하여 여러 국가가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1965년), 스웨덴(1991년), 독일(1991년), 일본(1999년) 등이 차례로 거래세를 폐지했다.

프랑스·이탈리아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양도소득세와 별도로 증권거래세를 도입한 사례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시장 교란 행위를 억제한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카펠 블랑카 파리1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증권거래세가 거래량을 감소시킨 것은 확인됐지만, 유동성이나 변동성에 대한 유의미한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세수 감소 우려해 거래세 유지?

기재부가 해명자료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25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증권거래세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미리 말하기 어렵다. 이후에 세수나 여러가지 측면을 감안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거래세가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2.1%(6.2조원), 2019년 1.5%(4.5조원)으로 적지 않다. 정부 또한 지난해 거래세율을 0.3%에서 0.25%로 인하하면서 1조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가 해명자료에서 언급한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는 증권거래세 폐지 시 심각한 수준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기동 신구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조세재정브리프에 기고한 ‘증권거래제도와 조세의 역할’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증권거래세를 낮추거나 폐지할 경우, 국내투자자가 높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으면 국내의 세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국가 간 이중과세 방지 협정으로 인해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지 않으며, 거래세만 예외 없이 납부하고 있다. 

반면, 거래세 인하 및 폐지가 반드시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거래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며 “또한, 거래세율 인하는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을 낮춰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것 역시 거래세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 일본, 주식 양도세 도입 10년 걸려

기재부가 언급한 것처럼 일본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로 전환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1989년 양도세를 도입한 이래 10년에 걸쳐 0.55%였던 거래세율을 0.1%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다 1999년 최종적으로 폐지했다. 반면, 양도세 전환을 여러 차례 시도했던 대만의 경우 조급한 정책 시행으로 개인투자자를 설득해내지 못하면서 결국 실패했다. 

일본의 사례를 고려할 때 점진적으로 거래세를 인하하고 양도세를 정착시키겠다는 기재부의 계획은 타당하다. 거래세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거래세 폐지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거래세 폐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 금투업계로서는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으로 인해 투자자 이탈, 증시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이번 발표가 증권업에 부담스러운 요인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 측면이며, 중장기적으로 거래대금 및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근본적으로 증시 거래대금은 국내외 경기 전망이나 시중 유동성 등으로 결정되며, 세제 등 주식거래 관련 제도 변화의 영향은 단기 미시적 요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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