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사진=애플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팀 쿡 애플 CEO가 2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WWDC(세계 개발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애플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애플이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IT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인텔과 반도체 시장 선두를 놓고 경쟁 중인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세계 개발자회의(WWDC) 2020’에서 올해 말부터 생산되는 모든 자사 PC제품(맥, Mac)에 인텔 프로세서 대신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회사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든 자체 칩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맥의 프로세서를 변경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4년 맥 출시 이후 모토로라 프로세서를 사용해온 애플은 지난 1994년 IBM과 공동 개발한 파워PC 프로세서로 갈아탄 뒤, 2005년부터는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해왔다. 

이번에 애플이 맥에 탑재하기로 한 ‘애플 A시리즈’는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사용되고 있는 애플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맥까지 적용될 경우 애플의 모든 제품이 동일한 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서 사용되던 앱(App)을 맥 운영체제인 MacOS 환경 하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인텔의 결별 선언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반도체 설계 및 기술개발은 하지만 생산은 직접 하지 않는 팹리스 업체다. 애플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 유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에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세서(AP)는 TSMC가 독점 생산 중으로 삼성전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지만, 맥용 프로세서 물량 일부를 따낼 수 있다면 20%에 미치지 못하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처럼 단순한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가 아니라, 자체적인 설계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애플로서는 삼성전자에 생산물량 일부를 맡길 경우 기술이 유출될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반면, TSMC에 모든 물량을 독점 위탁하는 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이 애플이 삼성전자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하기는 이르나 스마트폰과 PC까지 모든 칩을 TSMC에 독점 위탁 맡기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이원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만약 애플 물량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IT업계의 인텔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은 삼성전자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애플을 필두로 IT업계 전반에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테슬라 등 최근 애플처럼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이들이 개발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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