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부터 우리금융그룹 완전 민영화 절차를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지연된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100% 회수를 위해 우리금융 주가 정상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지난 22일 제160차 공자위·매각소위원회 합동간담회를 열고 하반기부터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절차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18.3%를 2~3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량 매각하겠다는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공자위는 “올해 본격 매각 추진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인한 주가급락 등으로 매각에 착수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으나, 최근 시장 상황 개선 움직임이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2019년 매각 로드맵‘은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자위는 “하반기에 우호적인 매각 여건이 조성될 경우 매각 작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주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공자위가 우리금융 지분 매각의 전제로 제시한 ‘우호적인 매각 여건’은 우리금융 주가 회복인 것으로 풀이된다. 예보는 IMF 사태 직후인 지난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에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100%를 취득한 바 있다. 이 중 현재까지 회수된 공적자금은 총 11조1405억원(회수율 87.3%)으로 아직 1조6258억원이 남은 상태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지주사 주가가 일괄 하락하면서 우리금융 주가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만2000원대를 유지하던 우리금융 주가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3월 한때 6320원까지 떨어졌다. 

23일 오전 11시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9100원으로 코로나19의 충격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지만, 공적자금 100% 회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주식 약 1억2460만주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조1340억원으로 회수해야할 공적자금보다 약 4000억원이 모자란다. 

그동안 정부가 우리금융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등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부 회수하기 위한 적정 주가는 약 1만2300원 수준이다. 현재 우리금융 주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당장 매각작업을 추진할 경우 공적자금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더 이상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늦추지 말고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적자금 100% 회수라는 목표에 집착해 민영화 절차가 지연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금융위 또한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잔여지분 매각시기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고, 예보 보유지분의 상당 부분을 과점주주에게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민영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며 “시장 불확실성과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1회차 지분 매각을 개시할 방침이었으나 우리금융 주가 급락으로 인해 매각에 나서지 못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상반기 중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주가가 좋지 않다”며 “상반기 중 매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제대로 환수하는게 중요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말한 바 있다.

반면, 최근 주가 하락 및 회복 지연에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 자체의 문제도 있다며, 공적자금 100% 회수를 위해 매각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최근 DLF 및 라임사태 등 불완전판매 논란을 비롯해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으로 인해 고객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만큼, 민영화 작업 지연에는 우리금융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민영화 작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고객 신뢰 회복을 통한 주가 부양을 통해 ‘우호적인 매각 여건’을 우리금융이 직접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점은 우리금융이 주가 부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들어 약 1억4299만원 상당의 자사주 1만5000주를 매입하는 등, 우리금융 경영진은 최근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 직접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사업 강화 ▲비대면 중심 영업채널 다변화 ▲리스크 관리 고도화 등의 경영전략을 실천해 하반기부터는 수익성·건전성을 개선하고 주가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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