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 일부.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 투자한도 설정 시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국회의안정보시스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 일부.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 투자한도 설정 시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국회의안정보시스템

코로나19와 저금리 장기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불확실한 전망에 보험업계가 고민에 빠진 가운데, 21대 국회가 산적한 보험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보험업계는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처리 등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각종 규제 강화 관련 법안도 발의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이용우·박용진, 삼성생명 금지법 재발의

지난 5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총 7건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다. 이 중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5건으로 가장 많고, 유동수·이용우 의원이 각각 1건을 대표 발의했다. 

7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의 개정안이다. 두 개정안 모두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의 투자한도를 산정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 중 하나인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 투자한도를 자기자본의 60%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자기자본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총자산의 3%보다 큰 경우, 총자산의 3%를 투자한도로 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8.51%), 8880만2052주(1.49%)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취득원가인 1072원, 872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총자산의 0.1~0.2%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가로 치면 각각 5~8%로 비중이 급등한다. 만약, 박용진·이용우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화재는 수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총수일가 및 삼성물산→삼성생명·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두 법안 모두 초과지분 처분기한을 5년으로 명시했지만, 카카오뱅크 전 대표 출신인 이용우 의원안이 박용진 의원안에 비해 좀 더 엄격하다. 박용진 의원안은 초과지분 처분 과정에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 아래 2년간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용우 의원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 반면, 박용진 의원안에는 이용우 의원안과 달리 초과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 박용진, 보험 규제 5개 법안 내용은?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연장 법안도 자살보험금 미지급 등의 문제로 소비자 및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었던 생보업계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보험금 지급 청구가 있는 시점부터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가 소송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다가, 소멸시효가 지나면 지급을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 밖에도 ▲보험사가 손해사정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한 뒤, 자회사가 이를 제3자에게 재위탁해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사정 재위탁을 금지하고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해 실시한 손해사정 결과보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가 불리하다고 판명된 경우 보험사가 계약자의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21대 국회 전망은?

반면 보험업계 진입 문턱을 낮추는 법안도 발의됐다. 유동수 의원은 지난 10일 소액단기보험 전문보험사에 대한 자본금 요건을 3억원으로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취급 보험상품 종류에 따라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상품에 따른 리스크 규모와 무관하게 설정돼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소규모·단기보험을 취급하려 해도 최소 자본금 50억원을 납입해야 하기 떄문에, 신규 사업자의 보험시장 진입이 상당히 어려웠다.

유동수 의원안은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소액·단기보험 전문보험사의 시장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지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이 다수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손해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도 조만간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치료받은 의료기관에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 환자가 의료기관과 보험사 사이에서 직접 서류를 전달할 필요 없이, 의료기관이 전자기록의 형태로 보험사에 직접 환자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고용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결국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축적하면 향후 보험료 할증 및 갱신 거부에 활용할 위험이 있다며, 해당 법안이 보험사의 이익만 고려한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면 보험가입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과잉진료의 문제 또한 상당수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21대 국회 임기 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다시 발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 의원은 지난 4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설문조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주요 입법계획 중 하나로 꼽았다. 전재수 의원 또한 정무위원회에 배정된 데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해 입법 추진에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손보업계의 숙원을 21대 국회가 풀어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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