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의 횡령 파문으로 위기를 겪은 삼양식품그룹이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16일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사외이사로 선임된 A씨는 최근 ‘테라윈자산대부’라는 국내 대부업체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문제는 해당 대부업체의 설립자가 총수일가의 측근인 심모 대표라는 것. 

심 대표는 삼양식품 핵심 계열사 대표를 역임하며 경영권 승계에도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특히 심 대표는 삼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Y캠퍼스의 유일한 직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회사는 전인장 회장의 장남 전병우씨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SY캠퍼스(26.9%)는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지주사 삼양내츄럴스(33.26%)의 지분 26.9%를 보유하고 있다. 

심 대표는 총수일가의 자금줄 의혹을 받았던 ‘테라윈프린팅’의 대표도 맡고 있다. 삼양식품의 포장부문을 분리해 만들어진 테라윈프린팅은 설립 초기 SY캠퍼스와 심 대표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가진 형태였으나, 사익편취 의혹이 불거지자 오너 지분을 정리하고 현재는 심 대표만 39.4%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사외이사가 총수일가 최측근이 설립한 대부업체의 등기임원을 맡게 됐다는 것은, 향후 독립성을 유지하며 내부견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A씨는 해당 매체를 통해 “총수일가의 경영 퇴진으로 어느 때보다 간섭을 받지 않고 있다”며 사외 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부터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으로 비판을 받아온 삼양식품 그룹에게 이번 사외이사 독립성 의혹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실제 삼양식품그룹은 지난 3월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총수일가 위주의 인사 관행이 유지되는 가운데 내부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는 어렵다.

부실한 내부견제는 결국 오너리스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는 지난 1월 약 5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며, 내부견제 부실의 부작용을 몸소 입증한 바 있다. 삼양식품그룹이 오랜 의혹을 떨쳐내고 내부견제 기능을 강화해 오너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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