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22톤급 중형 굴착기 DX220LC-9C.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22톤급 중형 굴착기 DX220LC-9C.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을 요구받고 있는 두산그룹이 결국 알짜 계열사로 손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두산밥캣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두산, 주력 계열사 인프라코어 매각 나선 이유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의 매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조1858억원의 매출과 84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대표적 캐시카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지키기 위해 다른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우선 진행할 것이라 내다봤다.

두산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다른 계열사 및 자산 매각 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3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먼저 매각에 착수한 두산솔루스의 경우, 롯데케미칼, SKC 등 잠재적 인수후보들이 예비입찰에 불참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모트롤BG 예비입찰 또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다. 클럽모우CC 골프장, 두산건설 사옥 등의 자산도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두산타워를 제외하면 매각가격을 두고 시장의 눈높이와 두산그룹의 기대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또한, 다른 비주력 계열사에 비해 매각 시 그룹 재무리스크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는 점도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로 나온 이유로 꼽힌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 시장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빅 배스(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여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의 견실한 기업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의 유동성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밥캣 빠진 인프라코어 매각 지연 가능성

문제는 매각에 차질을 빚은 다른 계열사처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과정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다. 두산그룹으로서는 그룹의 미래로 평가받는 핵심 계열사 두산밥캣까지 매물로 내놓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과정에서 밥캣을 배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분할을 통해 밥캣을 인프라코어에서 떼어내 두산중공업에 통합하고, 인프라코어 매각대금 일부를 활용해 밥캣 지분을 되사는 방식이다. 

문제는 밥캣이 빠진 인프라코어가 매물로서 매력이 있느냐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건설기계부문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두산밥캣을 분리할 경우 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며 “단시일 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인프라코어는 현재 중국법인 DI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약 72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자칫 패소할 경우 수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도 인프라코어 매각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 최후의 카드 밥캣 남겨두고 '시간 벌기'?

만약 인프라코어 매각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두산그룹에게는 밥캣 매각이라는 카드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룹 미래를 고려할 떄 밥캣까지 매각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그룹 정상화를 위해 3조원의 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량매물을 쥐고만 있을 수는 없는 셈이다. 

문제는 밥캣 지분을 팔기도 쉽지 않다는 것. 인프라코어는 그동안 밥캣 지분을 담보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주식 약 5100만주 중 3500만주가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게다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 DICC와 재무적 투자자 간의 소송과 관련해서도 약 828만주가 소송 보증금으로 질권이 설정돼있는 상태다. 밥캣 매각 카드를 꺼내기도 어려운 데다, 매각을 하더라도 정상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현재 두산그룹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 두 장 모두 무결점은 아닌 셈이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최근 캠코를 통한 2조원 규모의 기업자산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자산을 정부를 통해 매각함으로서 긴급자금을 마련해 시간을 벌고, 인프라코어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 두산그룹으로서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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