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이 필요하다면 연장할 것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남은 3개월 동안 잘 소통해 나가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하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16일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공매도 금지가 증시 상승세 견인?

그렇다면 실제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주가가 상승했을까? 실제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국내 증시는 빠른 반등세를 보이며 약 2개월 만에 2000대를 회복했다. 금지조치가 도입된 3월 16일 1714.86이었던 코스피는 사흘 뒤 1457.64으로 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6월 11일 2176.78로 최저점 대비 49.3%나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증권업계 또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연구원은 지난 8일 “과거 2008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추정한 공매도 금지 조치의 코스피 부양 효과는 9%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어 “만약 같은 기간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현재 코스피 가격 수준은 2000선에 그쳤을 것”이라며 “향후 공매도가 재개되면 공매도 금지 기간 중 높아진 PER이 보정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부종목별로 봐도 공매도 금지 조치의 효과는 뚜렷하다. <이코리아>가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에서 지난 3월 16일 기준 공매도 비중(전체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 5% 이상인 7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6월 9일 기준 전 종목이 공매도 비중은 줄어든 반면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해당 기간 공매도 비중이 5.45%에서 0.28%로 5.17%p나 감소했으며, 주가는 1만4150원에서 2만2500원으로 59.0% 상승했다. 공매도 비중이 1~2%p 감소한 셀트리온(59.2%), 두산인프라코어(117.7%)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최근의 주가 상승 때문에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내 증시의 선전은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방역조치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해외 각국의 봉쇄조치 완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및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중 셀트리온,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도 각각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 및 매각설 등 외부 변수가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매도 금지가 상승 국면에서 가격 조정 수단을 제거함으로서 어느 정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롯데관광개발, 하나투어 등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여행주는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임에도 공매도 금지 기간 주가가 상승했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도입된 3월16일과 6월 9일 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요 종목의 주가 변화. 자료=한국거래소
공매도 금지조치가 도입된 3월16일과 6월 9일, 주요 종목의 공매도 비중 변화 및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 동학 개미 "공매도 완전 금지" 요구

공매도 금지 기간 주가가 크게 상승하자 이참에 공매도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공매도가 사라진 ‘코로나 장’에서 수익을 올린 ‘동학 개미’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완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대주거래를 이용한 공매도는 가능하지만, 종목이 적고 수수료도 높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외국인·기관투자자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코로나19 이전부터 공매도 금지를 주장해왔다.

반면, 공매도 금지 효과가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을 무시하고 완전 폐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반박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부정적 정보를 주가에 반영해 주식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고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간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금융위기로 공매도가 금지된 3개월간 국내 증시를 분석한 결과 시장변동성과 유동성이 동시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규제가 긍정적인 역할과 부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음을 감안해 공매도 거래의 긍정적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환원하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또한 공매도를 둘러싼 다양한 우려를 개선 방안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8년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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