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선언에도 홍콩 증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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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선언에도 홍콩 증시 상승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6.0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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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선언에도 불구하고 홍콩 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오전 12시 40분 현재 홍콩 증시는 주요 지수들이 대부분 전 거래일 대비 2~4% 가량 상승세를 보이며 선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 내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740.35포인트(3.22%) 상승한 23701.82를 기록 중이며,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우량주로 구성된 항셍H지수 또한 9834.61로 전장 대비 273.58포인트(2.86%) 상승했다. 

이날 홍콩 증시의 선방은 홍콩보안법 이슈로 미국이 강경대응을 선언한 바로 다음 거래일에 발생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백악관에서 “홍콩은 더 이상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며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홍콩 증시가 선방했다는 것은 미국의 대응이 시장의 예상처럼 ‘매운 맛’은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특별지위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조치나 1차 무역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이는 지난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8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과거 천안문 사건 때처럼 홍콩 시위를 향해 무력을 행사한다면 무역 합의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시켜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한 것. 이후 홍콩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해 12월 1차 무역합의문에 서명하며 오랜 무역갈등에 일단락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강행처리로 촉발된 위기를 홍콩에 국한시키며, 무역협상과 홍콩 문제를 분리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그리고 어떤 내용을 하겠다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며 “1차 무역합의 및 금융제재와 같은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상대방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부치지만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가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패턴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대중 제재 조치를 추진하기에는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시켜 주도권을 잡기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 메리츠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2019년과는 달리 지금의 미국은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며, 무역전쟁은 미국의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실업률 14.7%에 달하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 이슈가)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자료=ABC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추이. 붉은 점선은 긍정 평가, 파란선은 부정평가를 나타낸다. 자료=ABC뉴스

정치적으로 홍콩 문제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미국은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3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수백명의 시위대가 백악관을 향해 몰려오자 약 1시간 동안 백악관 내 지하벙커에 피신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치명타다. 실제 ABC뉴스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53%로 지난 3월 20일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긍정 평가는 45%로 이전 조사 대비 1%포인트 감소했다. 성별·연령층에 따른 지지율을 보면, 45세 이상 남성을 제외한 전 성별·연령층에서 지지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갈등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수단 중 하나지만, 자칫 정도가 지나쳐 경제 지표가 하락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닥쳐 온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면전을 선택하기에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요7개국(G7)에 한국·호주·러시아·인도를 추가한 G11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배제된 G7에 중국과 갈등관계인 인도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관계인 호주를 추가로 초청하겠다는 것은 노골적인 중국 견제 의도로 풀이된다. 홍콩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외면했던 국제공조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코리아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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