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들이 자금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의 출자비율을 확정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는 배드뱅크 출자비율을 각각 6.4%, 17.6%로 확정했다. 신한금융이 자본금의 24%를 출자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신설 배드뱅크의 최대주주 자리를 맡게 됐다. 단일 판매사 중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3577억원)의 출자비율은 20%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 설립의 최대 난제였던 출자비율 문제가 해결됐지만, 자금 회수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이 최대주주가 됐음에도 배드뱅크의 리더십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신한은행과 신한금투의 라임펀드 판매고는 각각 2769억원, 3248억원으로 전체 펀드(1조6679억원) 대비 약 36.1% 수준이다. 하지만 별도의 산식을 적용해 이를 24%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신한금융이 배드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현행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계열사 합산 출자비율이 30% 이상인 법인에 대해서는 지배관계가 형성된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배드뱅크를 손자회사로 편입했다가 자칫 회수율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비난 여론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 실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출자비율이 확정되기 전, 최대주주 자리를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규모가 가장 많은 두 금융사조차 배드뱅크 경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향후 신속한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신한금융의 출자비율이 가장 높지만, 의사결정은 배드뱅크에 참여한 20개 판매사 전체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판매사별로 원금 규모와 손실률이 달라 부실펀드 처리 방식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출자비율이 높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적극적으로 판매사 간 이견을 조율하지 않는다면 자금 회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판매사들이 배드뱅크에 자사 인력을 파견하기보다는 자금 회수를 전담할 전문인력을 새로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인력 충원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년간 시한부로 운영되는 배드뱅크에서 신규 영업이 아닌 자금 회수 업무만 전담할 자리에 전문인력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

이미 회수율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배드뱅크가 어느 정도나 회수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예상 회수율은 각각 43.4%, 45%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라임펀드 자산들은 일반적인 주식·채권과 달리 현금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구성돼있다. 

일각에서는 배드뱅크가 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에 자금 회수를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은 이미 4개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 지난 1월, 라임사태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봉현씨가 회장으로 있는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데 195억원을 사용한 것이 밝혀져 신뢰도가 추락한 바 있다. 

한편, 배드뱅크는 향후 1~2달 동안 금융당국의 심사 및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중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배드뱅크가 기대대로 피해자 구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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