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딸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이 되었다. 낮에는 한여름 못지않게 무더운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우리 주변의 산과 나무들은 벌써 짙은 녹색으로 단장을 마치고 무더운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계곡 주변에서 만나는 시원한 나무들이 가장 인상적이다. 숲속 나무들이 만드는 시원한 그늘과 더불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사라지고 시원함이 온몸 가득 느껴진다. 특히 초여름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무 중 하늘로 곧게 자란 줄기와 층층으로 가지를 뻗은 모습의 ‘층층나무’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층층나무는 산속 계곡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우리나무이다. 층층나무라는 이름은 가지가 층층으로 뻗는 특징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산림자원학을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중간고사를 대비하여 태백산에서 현장 공부를 하던 때 층층나무가 무척이나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층층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차별되는 너무나도 뚜렷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의 모양도 뚜렷하지만, 달걀형의 잎도 엽맥의 배열이 가장자리를 따라 가지런하게 정렬되어있는 특징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층층의 가지 배열과 가지런한 엽맥 배열은 층층나무뿐만 아니라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점 또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층층나무의 또 다른 특징은 나무 수액의 빛깔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입사하고 홍릉숲에서 만난 층층나무는 첫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이른 봄, 나무에 새싹이 돋고 가지와 줄기에 물이 오르는 시기에 멀리서 줄기에 주황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주황 형광펜 빛의 강렬한 색은 페인트를 칠한 것이 아니라 나무의 수액이 흘러나온 흔적이었다. 처음 그 나무를 보았을 때는 피를 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층층나무의 수액은 원래는 물처럼 투명하고 맑은 색을 띠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하거나 곰팡이에 오염되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처럼 층층나무는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특징이 있는 매력적인 나무이다.

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딸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강원도 이남 지역의 숲에서는 층층나무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말채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필자가 남부지역의 산에 식물상 조사를 다니던 시절, 너무나 비슷한 모양 때문에 말채나무와 층층나무를 혼동한 적이 있었다. 선배에게 구분하는 법을 물어보니 잎의 배열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층층나무는 잎이 어긋나서 나는 것에 비해 말채나무는 마주 보고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익숙한 나무일지라도 주요 형질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운 기억이 난다. 남부지역에서 보던 말채나무를 다시 만난 건 서울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였다. 오래도록 잘 보존이 되어서일까? 경복궁에서 만난 나무들 모두 거대하고 우람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중 껍질이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진 나무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무가 너무 크고 높아서 직접 잎을 볼 수 없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니 가지가 층층이 배열된 점과 잎이 마주나는 특징에서 말채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 시절 배운 경험 덕분에 갈라지는 나무껍질이 말채나무의 독특한 특징이라는 점도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딸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층층나무 종류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한 나무로는 산딸나무를 꼽을 수 있다. 산딸나무는 여름이 시작하는 6월에 층층으로 배열된 가지에서 하얀 꽃을 수백 개 피우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산딸나무의 하얀 꽃은 꽃잎 4장이 십자가처럼 갈라진 모양인데, 사실 이것은 꽃잎이 아니라 총포조각이다. 진짜 꽃은 총포조각 가운데에 동그란 모양으로 20~30개씩 모여 있다.

그리고 산딸나무는 화려한 꽃만큼이나 독특한 열매를 가지고 있다. 가을에 붉은색 동그란 열매가 익는데 그 모양이 산딸기와 비슷해서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열매는 떠먹는 요구르트 맛이 나며 식용이 가능하다. 또한, 나무껍질은 불규칙한 조각으로 벗겨져서 가로수로 심는 플라타너스처럼 알록달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산딸나무는 기독교에서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의 나무라고 전해져 성스러운 나무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특징이 있는 산딸나무는 공해에도 강하여 최근 도심에서 조경수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층층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말채나무.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층층나무, 산딸나무, 말채나무는 모두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가지가 층층이 배열되어있고 엽맥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란하게 배열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층층나무과 중 층층나무만 빼고 모두 잎의 배열이 마주난다는 점이다. 잎이 어긋나서 나는 층층나무는 전국의 모든 숲에서 만날 수 있으며, 잎이 마주나는 말채나무와 산딸나무는 중부 이남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 산딸나무는 하얀색 큰 꽃과 가을에 맺는 붉은색 열매가 특징이며 검고 작은 열매를 맺는 말채나무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숲의 계곡을 지키고 있는 층층나무, 말채나무, 산딸나무가 있다. 이들 모두 이름처럼 특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고, 때로는 화려한 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며 다양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층층나무 3형제는 여름에는 숲속에서 멋진 그늘을 만들어 주고,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아름다운 조경수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우리나무들이다. 다가오는 여름, 숲속의 계곡에서 곧게 뻗은 나무들을 만난다면 우리나라의 소중한 층층나무 3형제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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